이상한 세입자와 더 이상한 집주인 1

방 한 칸만 월세 들어올래요?

by 허튼이

지난주.

회사에서 알게 된 동생에게서 송별회를 하자고 연락이 왔다.

서로 발령받아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었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송별회를 하자며 권했다.

그리고 인사 발령 발표 후 그날 저녁 바로 모였다.

난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는 형과 함께, 동생은 자기 사무실 신입사원 현주 씨와 함께, 그렇게 넷이 모였다.

현주 씨는 나와 3년 동안 같이 일하던 직원이었으나 일반직 공채로 다시 회사에 들어온 사람이다.

뭐 딱히 좋거나 나쁜 관계는 아니었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송별회와 신입사원 환영회 같이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서로의 근황을 묻고 술 한잔씩 기울이다, 왁자지껄 떠들기도,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기도 하다가

문득 현주 씨가 월세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네? 월세를요? 왜요...?" 내가 물었다.

현주 씨의 답변은 간단했다. "이제 숙소생활 지겨워서요."

그때, 기회주의적인 내 못된 기질이 발휘되어 회식자리를 마치고 돌아가는 현주 씨를 불러 세웠다.

회식자리를 차치하더라도 지난 3년 동안 개인적으로는 현주 씨와 대화를 한 적이 없었던 터라

현주 씨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현주 씨, 잠깐 이야기 좀 가능할까요?"라고 말을 꺼내자,

"네, 괜찮아요... 진대..? 진대?"라고 말한다. 처음 듣는 단어다.

"네? 진대가 뭐죠?"라고 묻자, "진지한 대화요"란다.

요즘 세대들의 줄임말이란!

술 탓인지 모르겠으나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 현주 씨, 그... 정말 월세 구해요?"

"네?... 왜요?" 갑자기 현주 씨의 눈빛이 반짝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제가 집을 비우게 되었는데 혹시 저희 집에 들어올래요?"

난 고개를 들었다 숙였다 말을 이어갔다.

"정말요? 네, 들어갈래요!"

이 사람도 기회주의자였던 걸까? 망설임 없이 대답에 나도 적지 않게 당황했다.

"아니 잠깐만요, 몇 가지 알아야 할 사항이 있어요."

갑작스럽게 월세가 성사되는 듯한 모양에 나 스스로 숨을 고르고자 말을 이어갔다.

"저희 집에 그... 고양이 한 마리가 살고 있어요."라며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를 언급했다.

"네, 괜찮아요... 뭐... 안 키워보긴 했지만요. 그런데, 아내분은 괜찮다고 하세요?"

"네, 괜찮아요. 아내는 같이 안 살거든요."

현주 씨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일 원룸 보러 가기로 한 걸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 퇴근 후 현주 씨에게 집을 보여 주었다.

화장실은 여기 있고, 현주 씨가 쓸 방은 여기고, 고양이는 이렇게 생겼고 사료는 어쩌고...

그리고 텅 빈 안방. 현주 씨에게 보여주었다.

아무것도 없는 방이라서 그랬을까? 쉼 없이 쏟아내는 말이 반향 되어 방을 채웠다.

참담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정신없이 이런저런 설명을 이어가는데 현주 씨가 묻는다.

"그런데 과장님, 과장님 다시 발령받아 돌아오시면 어떻게 해요?"

현주 씨가 이 집에 살고 있고, 나중에 내가 다시 발령받아 여기로 온다고?

사실 그 상황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정말 당황스러울 건데 왜 미처 고민해보지 않았을까?

난 그저 얼버무렸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봅시다.", 현주 씨도 크게 걱정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뭐 1, 2년 만에 돌아올 계획은 없었으니까.

이 집을 회사 사람에게 보여준 적이 없었던 터라 나도 정신이 없었지만 그런대로 설명을 끝내고

현주 씨에게 열쇠를 쥐어 주었다.

그리고 아파트 공용시설을 보여준 뒤 현주 씨를 배웅하기 위해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안이 좁게만 느껴졌다.

"정말... 끔찍하죠?" 바닥을 보며 내가 말문을 열었다.

"음... 뭐가요?"라며 현주 씨가 되물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는 모습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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