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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쓰파인더 Feb 24. 2023

경찰대학 예비입학

폴리스라떼-2 : 피학-단련과 불안의 시작

경찰대학은 정식 입학 전에 예비입학이라는 과정을 운영한다. 

각 사관학교의 '가입학 훈련'을 상정한 듯 하다. 정식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군대식 훈련을 받으며 빨리 적응하거나 성향에 안 맞으면 입학 전 포기하고 다른 길 가라는 과정이랄까?


'예비입학이 힘드니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라는 말씀을 주변에서 들었다. 경찰대학을 입학한 고등학교 선배가 없는 줄 알았기에 같은 중학교 출신의 한 학년 위 선배를 수소문해 찾아가 물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제가 경찰대학 합격을 했습니다. 다음 달 예비입학이라는 걸 들어가는데 뭘 준비하면 되나요?"

"................힘들텐데,,, 그렇다고 뭐 준비할게 있을지 줄 모르겠다. 달리기나 푸쉬업 좀 해보고 들어가"

군사 훈련 비슷한 걸 받는다는 걸 알았다. 나중 어떤 이는 대학 오리엔테이션 같은 줄 알고 통기타를 가져왔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들었다. '만만치 않은데,, 굳이 여길 왜 왔냐'라는 표정이 더 많은 정보를 주었다. 


예비 입학 전날, 광주역에서 기차를 탔다. 먼 곳의 대학에 입학하면 집을 떠나게 된다. 엄마는 군대보내는 심정이었는지 우셨다. 예비 입학 당일 수원역에서 버스를 탔다. 정복을 입은 선배들이 딱딱한 표정으로 안내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들이 3주간 훈련을 담당할 훈련단 선배들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멀리서 소리가 들렸다. 몇번 반복하면서 '저게 설마 우리를 부르는건가' 불안감이 생기며, 목소리의 내용이 '뛰어!', '안 뛰고 걸어?!'라는 거라는 걸 알게 되고, 눈치빠른 동승자들이 조금씩 뛰는 걸 보고서야 뒤늦게 뛰어갔다. 


그 후로 이어진 과정은 뭐,,,, 머리 박아, 엎드려 뻗쳐, 집합, 선착순, 정신을 빼놓는 순서였다. 이후 옷 갈아입기, 사복을 벗고 하나씩 나눠주는 종류의 옷을 입으면서 부착물을 바느질로 달았다. 줄줄이 머리를 깎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나눠주면서 신속, 정확, 복명복창을 시키면서 군대식 단체 규율을 몸에 익히는 날이었다.

첫날 저녁 배치받은 신입생 생활실 내 방 관물대에 지급물품을 하나씩 정한 위치로 넣다가 손에 쥔 비누 향기에 정신이 났다. '여긴 어디지?' '나는 누구인가' 랄까?  '검도하는 오혜성', '국제 인터폴 모의 회의'를 하는 경찰대학생은 어디 갔다는 말인가? '예비입학 과정만 이런게 아니라 혹시 경찰대학 생활 내내 이러한 걸까? 설마 그렇진 않겠....지?' 불안했다.  나쁜 예감은 대부분 맞는데 부정하고 싶은 법이다.


예비입학은 엊그제까지 고교생이었던 아이들이 빠른 시간 군대식 훈련을 시켜 틀에 억지로 맞추는 기간이다. 남자들은 규율과 조직에 복명하는 것을 허세로 즐기기도 한다.  12년간 초중고 생활동안 한번도 해보지 않은  '원산폭격'이 성공하면 '어랏? 이게 되네?'라는 성취감도 느끼고, 집에서는 한번도 한적 없는 화장실 청소 깨끗이 안했다고 몸으로 문지르다 시피하는 과정도 인내의 소산으로 받아들인다.


긴 시간 구보를 하고 함께 고생하는 동기들과 소리지르는 건 즐겁기까지 하다. 고생과 성취감을 나누며 외친 '동기사랑', '대학사랑', '경찰사랑'이라는 구호들은 참아내고 헌신해야 하는 애착을 만들었다. 그다지 신날 일이 없는 경찰대학과 이후 경찰생활에서 견뎌야 할 정신적인 맷집의 틀을 이 때 처음 만들었다.

밥을 빨리 안 먹었다고 혼나고, 일주일 지나 명상 시간이라기에 졸려고 했더니, '엄마한테 보내는 편지'를 읽어서 다들 엉엉 울었다.  매일 저녁 우유 한개를 야식으로 나눠주는데 세상에 우유가 그리 맛있는지 그때 알았다. 가지고 온 물품을 모두 벗어두고 보관하는데 흡연자인 어떤 동기는 담배 2개를 숨겨놨다가 흡연자를 모아 옥상에서 피웠단다. 남들 가는 군대 생활을 안하는 대학이지만 그 비슷한 추억들을 나누는 시기였다.


3주간 몸무게가 10킬로도 넘게 줄었다. 혹독한 시간이었지만, 변하는 스스로에 보람도 있고, 훈련 선배들이 멋진 분들이라 동경심이 들었다. 훈련 선배들은 10명 정도이고 동기들은 120명이니 우리끼리 있을 땐 투덜투덜하면서도 뿌듯해 했기에 편한 면도 있었다. 


'정규 입학 후에는 나아지겠지' 바랐다. 혹시나 여기도 '컴퍼스 라이프'같은게 있을까 했지.  실상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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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요즘은 예비입학이라는 말도 없어지고, 내용도 꽤 변했다. '예비입학'이 아니라 '청람교육'이라고 한다. 2주로 기간을 줄고 성격도 부드러워졌다. 설마 일반 대학만큼 하겠냐만, 그래도 '대학 생활 오리엔테이션'이라는 취지를 많이 도입한 듯. 교관 선배들도 '훈련단'이 아니라 '교육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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