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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쓰파인더 Feb 23. 2023

경찰대학 입학

폴리스 라떼?

2023년 2월 경찰대학에 신입생들이 청람교육을 받고 있다. 청람교육은 정식 입학 전 미리 소집해 교육-훈련하는 과정이다. 딱 30년 전 나도 그랬다. '라떼는 말이야~'는 얘기를 해본다.

1993년 2월 경찰대학 예비입학에 입교했다.

고1 때 경찰대학을 1순위로 정했다. 왜 그랬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규율, 통제를 그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싫어하고), 불의에 대한 투쟁심도 유달리 강한 편은 아니다.

친구들도 의아해했고, 부모님도 반대했다.


왜 경찰대학을 골랐을까?  대학-전공 선택은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당시엔 경찰대학을 선택하면 사실상 직업으로서 경찰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그리 실감하지 못했다. 경찰대학생은 해보고 싶었다. 날 유혹한 건 만화 '폴리스'(이현세 님)과 '경찰대학 팜플렛' 이었다.


'폴리스'만화를 중학생 때 읽었다. 경찰은 자기 몸으로 부딪혀 올바름을 실현하고, 이를 위해 지적-육체적으로 탁월하게 단련함을 시험한다. 지금 내 정서로는 맞지 않는 만화인데, 그 당시엔 푹 빠졌다. '오혜성 경위'가 밑불을 놓은 마음에 고등학교 때 만난 경찰대학 팜플렛이 불을 활활 지폈다.

 무술, 외국어, 승마, 컴퓨터, 수영 인명구조와 같은 다양한 소양을 배우는 멋진 실물 사진에 '이 곳에선 이런 사람이 될 수 있단 말이지?'라는 열망이 생겼다.

 

중요한 결정을 만화책과 홍보물만 보고 해버렸다. 신중한 결정은 아니었다. 지난 시간을 절절히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몸에 안 맞는 옷을 오래 입고 있기는 하다. 내 선택 사유와 경찰의 좋은 점을 굳이 맺어본다면 역설적으로 '자유함과 자기 실현'이다. 정년을 보장받는 공무원으로서 안정, 법규에 따라 휘둘리지 않는 직무의 건전함, 타인을 돕고 그릇된 일을 규명하는 공헌, 일을 잘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자신을 단련해야 하는 실현 의무가 경찰(대학) 선택의 이유였다. 그 선택 이유대로 살지는 못했다.


경찰대학 입학 전형을 치뤘다. 1992년 당시는 8월달에 1차 자체 선발 시험, 10월달에 신체검사-체력, 면접, 12월달 학력고사를 통한 최종 선발 과정이었다. 8월 자체 선발 시험에 우리 고등학교에서 2명이 응시했다. 지역에서 지정한 학교에 가서 응시하는 시험이었다. 가족들이 대거 따라갔다. 긴장을 많이 해서 제대로 문제를 못 풀었으리라 생각하고 침울했는데 일주일쯤 후 담임선생님이 합격통보 받았다고 알려주셨을 때 참 기뻤다.


10월 2차 시험은 2일간 경찰대학에서 체력검정(1000미터, 턱걸이, 윗몸일으키기, 공던지기?) 과 신체검사(키, 몸무게, 시력, 청력 등), 면접 등을 하는 일정이었다. 대학캠퍼스는 고교생에게 웅심을 불러일으켰는데, 경찰대학이라는 특수한 곳을 처음 가니 얼마나 두근두근했겠는가?  경찰대학은 당시 용인에 있었고,아버지와 같이 수원에서 하루 자면서 2일간 학교를 왔다갔다 했다.


신체 검사는 시력 검사를 걱정했었다. 이미 고1때 나안 0.3이었다. 갈수록 눈이 안좋아질텐데 이래서야 가능하겠다 속상했다. 막상 검사를 받으러 가니 기계로 측정하지 않고, 시중의 시력평가표를 사용하기에 '어디를 가르치는지' 보이면 외워둔 답을 말해 통과할 수 있었다.

 

체력검정은 순조로웠다. 통과 요건을 정해서 넘으면 합격인 방식이라 기록에 초조할 필요는 없었다.

면접은 무던했다. 존경하는 인물, 경찰대학을 지원한 이유 등을 물었다.  이런 면접에 떨어지는 사람이 있을까 의아했는데 함께 지원한 고교 동창생은 면접에서 떨어졌다. 면접 대기 장소에서 '경찰대학 n수생'이라고 입시 요령을 설파했던 이가 있었는데 그 이도 떨어졌다. 면접 당락 기준은 모를 일이다.


93년 경찰대학 입학 입시 요강은 1차 자체 시험으로 3배수(360명)를 뽑고, 체력/신체/면접으로 당락을 결정한 후 남은 인원을 대상으로 학력고사 점수로 120명을 선정하는 방식이었다. 93년 학력고사는 난이도가 낮은 편이었다. 평소 자신없던 수학 문제가 쉽고, 다른 과목도 평이해서 평소 시험보다 안심했다. 다행히 변수 없이 합격 통보를 받았다.


기쁘고 안심했다. 그때까진. 경찰대학 입학 이후로 겪을 일들을 몰랐기에 걱정없이 따뜻하게 보낸 겨울이었다.


덧 1. 경찰관들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슷한 듯 하면서도 시기-성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2001년 신입경찰 교육생 410명에게 물었을 때  직무안정성과 보수(4.02)가 가장 높았고 직무특성(흥미, 도움, 범죄 등)이 그 다음(3.77)을 이었다. 권한과 법집행(3.46)도 못지 않았다.(Moon&Hwang, 2004)  21년 신입 경찰 교육생 375명에게 조사한 바로는 직무특성(5.36)이 가장 높고, 안정성과 혜택(4.93)이 다음이었다. 권한과 지위(4.44)도 여전하다.(김상호, 2022) 경찰을 선택하는 사람은 '직무의 매력', '안정성'을 우선시 한다. 이 두 요소는 시대에 따라 선후가 조금씩 변한다.


덧2. 요즘 경찰대학 모집 방식은 고졸 신입생 50명, 편입생 50명 등 1학년 100명을 선발한다. 고졸 입시요강은 1~3차 시험 접수와 학생부 점수를 합산하여 평가한다. 1990년에 만났던 팜플렛과 지금 경찰대학생의 생활을 소개하는 홍보 자료는 여전히 비슷하다. (2023년 경찰대학 입시요강 및 학생 생활 안내 자료 참고) 경찰대학 홍보활동 sns 도 하고 있는 듯 (https://www.facebook.com/knpupolari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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