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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쓰파인더 Jan 23. 2022

치안 전략 수립을 위한 뉴스분석

범죄와 경찰에 대한 관점도 정치-사회와 연결되어 있다.

영국 경찰 훈련을 갔을 때 자주 봤던 데이터 분석을 설명하는 단어는 전략(Strategy)였다. 전략은 조직의 목표를 수립하고 목표를 이루는 행동 계획을 말한다. 경찰에게 치안 전략을 위한 물음은 다음과 같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떤 목표를 설정할 것인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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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현재 몇 가지 전략 수립 후보들은 다음과 같으려나. 검경 수사권 조정의 성과를 본격적으로 보여줘야 하니, 수사 역량을 높여야 하나?  특히 검찰의 영역이었던 부패, 비리, 경제 사범에 대한 역량을 키워야 하나? 디지털 범죄가 일상화되었으니 전화사기/인터넷 사기/디지털 성착취에 집중해야 하나?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응에 실패하면 비난이 폭주하니 그 역량에 주력해야 하나? 등등. 뭐든 맞는 말이다. 다 맞는 말이기에 순서를 정하기 어렵다. 이럴 때 데이터가 답을 준다면 어떨까?  이것이 치안정책 수립을 위한 데이터 분석이다. 그간 센터에서 시도한 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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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뉴스 데이터 분석이다. 경찰에 대한 뉴스를 시기별로 분석해서 어떤 뉴스가 많았고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과 그 원인을 찾는 취지이다. 우리 센터에선 그런 목적으로 몇 차례 시도해본 적 있다. 경찰에 대한 전반적인 키워드를 정리한 사례이다. '경찰, 경찰청장, 치안, 범죄, 수사'를 키워드로 2019년 1월부터 10월까지의 뉴스 제목과 기사 본문의 내용을 분석했다. 

2019년 스마트 치안 리뷰 : 뉴스 키워드 분석 (홍세은 박사 연구)

당시 뉴스의 키워드를 범주화하면 1) 수사권 조정에 대한 법안 논쟁(패스트 트랙, 수사권 등) 2) 정신장애인 범죄(진주, 안인득 사건) 3) 버닝 썬 등 여성 대상 혹은 마약 범죄 4) 권력형 성범죄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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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대한 반응을 분석하는 연구도 있다. 수사권 조정은 경찰의 관심사였기에 뉴스량의 증감과 반응을 분석했다. 당시 분석 결과 시기별로 큰 정책 발표가 있을 때 뉴스량이 늘었다.  2월, 5월 모두 관계기관에서 정책을 발표하고, 검찰 등 관련 기관이 반론을 제시했을 때다. 논쟁이 쟁점이 되어 기사가 늘어난 것이다. 

2019년 스마트 치안 리뷰 (홍세은 박사 연구)

뉴스 속의 키워드를 '감정'으로 분류해봤다. 뉴스와 댓글 모두 불쾌, 실망, 불안 등 감정이 많았다.

 

2019년 스마트 치안 리뷰 : 뉴스 키워드 분석 (홍세은 박사 연구)

뉴스의 대상을 좁혀서 성범죄에 대한 뉴스를 분석해봤다. 위와 같은 방식의 LDA 분석을 해서 온라인으로 수집한 뉴스를 분류했다. 연구자인 김혜진 박사는 여성 대상 범죄를 다음과 같은 빈도로 분류했다. 디지털 성범죄가 가장 많다. 당시는 버닝 썬 사건이 사회적 화제였다. 몰래카메라 등에 대한 기사도 많았다. 두 번째는 고위층의 성상납, 성범죄이다. 미투를 비롯 직장 내 성폭력도 화제였다. 청소년 대상 그루밍 범죄도 화제였다. 

2019년 스마트 치안 리뷰 : 여성 대상 범죄 분석 (김혜진 박사 연구)

경찰 뉴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게 된 착안점이다. 경찰의 대형 쟁점들은 정치 기사와 연결되어 있다. 수사권 조정 쟁점은 국회에서 여야 법안 논쟁에 대한 기사량이 폭증하면서 함께 늘어났다. 댓글의 반응도 그러하다. 수사권 논쟁에 대한 이해보다, 여야에 대한 입장으로 수사권에 대한 찬반을 표현했다. 여성범죄에 대한 기사량도 그렇다. 버닝 썬, 권력층 성 비위들이 정치쟁점이 되면서 큰 사회적 의제가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경찰에 대한 뉴스는 정치 사회와 밀접하다. 정치 이슈가 언론 의제를 선점하기에 정치인이 범죄에 연결되거나, 국회, 검찰이 경찰과 함께 기사의 소재가 되면 기사량이 늘고 중요도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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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론은 중앙행정기관으로 국회를 대응해야 하는 경찰청에겐 타당하다. 각 지역의 경찰관서와 각 부서들은 각자의 지역과 업무에 맞는 뉴스를 찾길 바란다. 이런 시도를 2019년 이후 2020, 2021 꾸준히 진행했지만, 아직 현장 직원들이 바로 제공할 서비스로 만들지는 못했댜. 

치안뉴스 포털 개념 화면 (2020년 스마트 치안 데이터 분석 연구)

현장 직원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려면 분석과 시각화하는 절차를 확립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이 뉴스를 읽고 판단하는 흐름을 전자화하기엔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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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의사결정자들이 치안 뉴스를 읽으며 나름의 식견으로 중요성과 유형을 판단한다. 그런 결정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하려면 1) 어떤 뉴스가 치안 뉴스인가? 2)이 뉴스는 경찰의 어떤 분야에 해당하나? 3)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4)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를 판단해내야 한다.  그 판단을 아직은 사람이 하고 있다. 위 연구들은 우리 센터에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고,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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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작업을 컴퓨터가 대체하기 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뉴스 데이터의 자동 수집, 경찰에 대한 뉴스 말뭉치, 분석 도구를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시각화 화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럴 수 있는 자산이 만들어지고 있다. 부디 올해 그 꽃을 피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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