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금 덜어내기로 했다

오늘의 감정-경건함

by 봄날의꽃잎

“입에는 말을 많이 담지 말고

가슴에는 근심을 많이 담지 말 것이며

위에는 음식을 많이 담지 말라.”

– 법정 스님


말을 줄이고,

마음을 덜고,

몸을 가볍게 하라는 말.


그동안 얼마나 많이 쌓아두고 살았는지

이 짧은 문장 앞에서 비로소 깨닫는다.


“입에는 말을 많이 담지 말고”


가끔은 너무 화가 나서

생각도 없이 말을 퍼붓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남는다.


한 번은 아이가 늦잠을 자서

학교 가는 시간에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

"도대체 몇 살인데 아직도 이래!"

" 넌 도대체 왜 이래!"

하고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이는 입술을 꼭 깨물고 현관문을 닫았고,

나는 그 문이 닫히는 소리에 더 깊이 상처받았다.


말은 도구이자 칼이다.

조금 더 멈췄더라면,

조금만 더 기다렸더라면

그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텐데.


말을 덜어낸다는 건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입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순간을 기다리는 일.

“가슴에는 근심을 많이 담지 말 것이며”


근심은 습관처럼 내 가슴에 걸쳐져 있다.

아이 걱정, 부모님 걱정,

일하면서 놓칠까 봐 생기는 불안들.

그리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끝없는 자기검열.그리고 자기반성


가끔은 아무 일도 없는데도

괜히 마음이 무겁다.

아무도 나를 다그치지 않았는데

스스로에게 혼나는 느낌.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해본다.

"이 근심은 정말 내가 안고 가야 할 것일까?"


근심을 덜어낸다는 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 문제로부터 스스로를 잠시 풀어주는 일.

“위에는 음식을 많이 담지 말라”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건,

달달한 간식과 뜨거운 커피.

“이건 보상이다”라고 말하면서

하루 종일 입이 바쁘다.


어떤 날은 너무 피곤해하면서도

잘까말까 하다가 라면을 끓이고,

혼자서 조용히 먹고 나면

이상하게 속보다 마음이 더 더부룩해진다.


음식을 덜 담는다는 건

내가 더이상 무언가로 마음을 채우지 않아도 괜찮다는 믿음.


공복보다 무서운 건

감정이 허기질 때라는 걸 알기에,

나는 오늘 마음의 허기를 먼저 들여다보기로 했다.


문장을 따라 쓰며

오늘은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많이 말하지 않아도,

근심을 다 해결하지 않아도,

그저 가볍게 저녁을 마치고

조용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엔 작은 평온이 찾아왔다.


비움은

결핍이 아니라

내게 꼭 필요한 것만 남겨두는 일.




[오늘의 마음]


입엔 다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줄이고,

가슴엔 다 품지 않아도 되는 근심을 내려놓고,

위엔 다 채우지 않아도 되는 위로를 멈췄다.

오늘 나는,

조금 덜어냄으로써 더 나를 지켜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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