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ㅡ어른이 되어보니
“난 요즘 꿈도 없고 사는 게 재미가 하나도 없어.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 말에 엄마가 조용히 답했다.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어. 너무 조바심 내지 말았으면 해. 양손에 쥔 걸 조금 내려놓고 마음을 잠시 쉬게 하면 좋을 것 같아.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힘든 거 다 아니니까.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잖아.”
오늘은 이 글귀가 마음속에 오래도록 울림이 남았다.
나도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걱정이 가득한 아들에게,
혹은 지친 나 자신에게도.
큰아들이 초등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 주면 몇 명을 뽑는지 공고가 나올 예정인데,
걱정이 많아 보이는 아들을 바라보면 내 마음도 무거워진다.
열심히 하는 모습속에서 안타까움이 섞어지는
엄마의 마음을 들킬새라 늘 바라만본다
물론 한 번에 합격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이번이 아니면 조금 쉬어가라는 뜻일 거야.
너는 이미 충분히 잘해왔으니까.”
문득 10년 전의 내가 떠올랐다.
어린이집을 시작하기 전, 주변에서 수없이 들었던 반대의 말들.
“아이들이 점점 없어질 거야.”
“부모님들 요구가 까다로워서 힘들 거야.”
“괜히 고생만 할 거야.”
그때 나는 두렵고 혼란스러웠지만 결국 결정을 내렸다.
" 쌤이라면 해낼수 있을꺼야~ 쌤같은 사람이 해야지~걱정말고 도전해봐 "
라고 딱 한 분의 원장님만 나에게 힘을 줬다.
그리고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만약 그때 두려움 때문에 멈췄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에게 힘을 주었던 원장님이 참 고맙다.
현실은 쉽지 않았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어린이집 환경도 예전과 달라졌다.
까다로운 상황 속에서 매일 고민하고, 때로는 지쳐 쓰러질 듯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시간 덕분에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
책 속 글귀가 오늘따라 내게 큰 위로가 되는 이유도
아마 그 길을 걸어왔기 때문일 거다.
삶은 언제나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돌풍에 잠시 멈춰야 하고,
때로는 길을 잃은 듯 헤매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멈춰 서는 그 순간에도,
조금 천천히 걸어가는 그 길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지금 힘든 길을 걸으며 조바심을 내고 있다면
이 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잘해왔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