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붙인 반창고

이주형 ㅡ어른이 되어보니

by 봄날의꽃잎


살다 보면 누구나 마음에 작은 상처 하나쯤은 품고 살아간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행복해 보이는 친구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는 흉터가 켜켜이 쌓여 있다.


책에서 읽은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나무는 나이테를 새기지만, 사람은 마음에 반창고를 켜켜이 붙인다.”

우리는 나무처럼 상처가 흔적이 되어 단단해지기도 하지만, 그 상처를 덮기 위해 반창고를 붙이며 하루를 버텨낸다.


누구에게도 쉽게 보이지 않던 그 반창고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살아왔음을 증명하는 작은 훈장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가족에게 받은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실패와 후회 속에서 반창고를 붙였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우리는 다시 일어나 걸어왔다.


반창고가 많다는 건 아픔이 많았다는 뜻이지만,

그만큼 치유하려 애썼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 하루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상처를 안고 있지만

또 하나의 반창고를 붙이며, 조심스레 삶을 이어간다.



어제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타지에서 사는 친구가 오랜만에 내려와

우리가 시간을 맞춰 모였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이지만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학창시절 그때 그 마음으로 돌아갔다.

“그땐 그랬지” 하며 웃고,

서로의 기억을 이어 붙이니

잊고 있던 나의 한 조각을 다시 찾은 듯했다.


20대가 지나 결혼을 하고

각자 다른 길을 걸으며

가치관도 조금씩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우리를 이어주는 건

그 시절 함께 웃고 울던 시간들이었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여름밤의 바람이

유난히 부드럽게 느껴졌다.

아마도 오랜 친구들과 나눈 웃음과 이야기들이

내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문득, 대화 속에서

친구들 역시 저마다의 상처들을 안고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마음속에는 반창고를 덧대고

아물지 않은 흔적을 안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무는 연륜을 나이테에 새기지만

사람은 마음에 반창고를 붙이며 살아간다.

누구나 상처가 날 때마다 반창고를 붙이고

그렇게 다시 하루를 살아간다.”


우리는 다르지 않다.

누구나 보이지 않는 상처 하나쯤은 품고,

그것을 감싸 안은 채

내일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도 웃음을 나누며

서로를 지탱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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