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맥커시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가장 심각한 착각은 삶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책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속 두더지의 이 한마디에 마음이 멈췄다. 처음엔 ‘완벽’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았다. 그동안 나에게 붙여졌던 말이기도 하니까. 빠릿하고 빈틈없고 성실한 사람, 일처리를 척척 해내는 교사, 책임감 강한 원장, 잘해내는 엄마… 그렇게 보이기 위해 애써온 세월이 있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며 부족함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매 순간이 평가처럼 느껴졌다. 칭찬은 더 높은 기대를 불러왔고, 실수는 오래도록 마음을 짓눌렀다.
“선생님은 늘 완벽하세요.”라는 말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만큼, 나는 점점 더 완벽해야만 하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그러다 엄마가 되고 나서는 또 다른 완벽함을 요구받았다. 아이들의 성장에 가장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고, 바른 말과 행동으로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 밥을 차릴 때도, 놀아줄 때도, 훈육할 때도 ‘이게 맞을까?’를 먼저 생각했다.
나를 위한 시간은 점점 줄고, 내 안의 쉼은 멀어졌다. 그럼에도 ‘잘해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나는 왜 이렇게까지 애써야만 했을까?’를 되묻게 된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완벽해야만 했던 걸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너무 자주 ‘완벽함’을 기준으로 삼는다. SNS에 올라온 누군가의 정리된 집을 보며 나의 어질러진 거실을 부끄러워하고, 남들보다 조금 늦은 진급이나 커리어를 자책한다. 아이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부모로서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잠깐의 휴식을 게으름으로 단정짓는다. 그렇게 나를 몰아붙인다.
그런데 정말 완벽해야만 가치가 있을까?
내 삶이, 내 사랑이, 나라는 사람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실수해도 괜찮고, 잠깐 주저앉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다시 일어나는 용기이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솔직함이다. 진짜 강함은 빈틈없는 완성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내 약함을 대담하게 드러낼 수 있을 때 생긴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완벽한 엄마를 기억하지 않을 거다. 집안일을 척척 해내던 모습도, 늘 빠릿하게 앞서가던 모습도 아닐 거다. 아이들은 내가 잠들기 전 옆에 앉아 들려주던 이야기, 비 오는 날 함께 우산을 쓰고 걸었던 기억, 힘든 날에도 웃으며 안아주던 순간을 기억하겠지.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엄마를 사랑했음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가끔은 숨이 찬다.
그토록 완벽하고 싶었던 마음이
어쩌면 나를 더 지치게 만드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나를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모든 걸 다 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연습 말이다.
그리고 문득,
내가 그토록 완벽하고 싶었던 이유가
누군가에게 좋은 어른, 좋은 엄마,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다는 걸 떠올린다.
그러니 이 마음도 참 괜찮은 마음이라고,
서툴러도 따뜻한 이 마음이면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나에게 말해주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