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닮아가나보다

by 봄날의꽃잎


50이 넘으니 내 삶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앞으로 꾸려갈 가정까지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잘 먹고 잘 자라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버거웠는데, 이제는 그 아이들이 언젠가 맞이할 배우자, 또 그들과 함께 살아갈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저 작은 어깨에도 언젠가는 삶의 무게가 얹히겠지.


나는 내향적인 엄마였다.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고, 요란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데도 서툴렀다. 밖에서는 누구보다 활발하게 웃었지만, 집에 들어와서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가끔은 걱정이 된다. 내가 표현을 잘 못해서 아이들 역시 마음속의 사랑을 밖으로 꺼내는 데 서툴어지지는 않을까 하고.


그럼에도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전하려 애썼다.

늦은 밤 “엄마, 배고파”라는 말이 들리면 아무리 피곤해도 부엌 불을 켜 밥과 국을 차려주었고, 시험 끝나고 돌아온 아이에게는 “고생했어”라며 따뜻한 차를 건네주었다. 생일이면 함께 케이크 촛불을 불며 “소원 빌어”라고 웃어주었고, 비 오는 날엔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과자를 나눠 먹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 순간순간마다 내가 줄 수 있는 정성과 마음을 담았다.


아이들을 보면서 신기했던 건, 그들도 나와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밖에서는 누구보다 활발했다. 학교에서 반장을 맡고, 무대에 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드라마에 출연할 정도로 끼가 많아 친구들이 “대체 누굴 닮은 거냐”고 물을 때면 나조차 놀라곤 했다. 그런데 집에 들어오면 달랐다. 활발하던 얼굴은 사라지고, 방에 들어가 조용히 누워 있거나 말없이 음악을 들으며 쉬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향적인 기질은 감출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밖에서 힘을 다 쏟아내고, 고요 속에서 다시 충전하는 모습이 나에게서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져 있다는 걸.


그래서 돌이켜보면, 그것이 내향적인 엄마였던 나의 방식이기도 했다.

사랑을 말로 크게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생활 속 작은 행동으로 보여주려 했던 것. 밥상 위의 따뜻함, 무심히 건넨 인사, 함께 있던 시간이 결국은 아이들 마음에 스며들었으리라 믿는다.


앞으로 아이들이 각자의 가정을 꾸려갈 때, 내가 흘려보낸 이 작은 조각들이 그들의 삶 속에서도 사랑의 기준이 되기를 바란다.

사랑은 요란할 필요가 없다. 작은 순간이 모여 따뜻한 집을 만들고, 익숙한 일상이 결국은 가장 단단한 울타리가 된다.


내향적인 엄마라 표현은 서툴렀지만, 그럼에도 나는 매일의 삶 속에서 사랑을 전하려 노력해왔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들이 자신만의 가정을 꾸릴 때, 그 사랑이 또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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