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이유를 찾기 어려운데도 누군가가 괜히 마음에 거슬릴 때가 있다. 그 사람이 특별히 잘못한 것도 아닌데, 말투가 까칠하게 들리고 웃는 모습조차 얄밉게 느껴진다.
요즘이 그랬다. 사실 지난 일주일 넘게 불면증으로 하루에 세 시간 남짓 잘까 말까 한 나날이 이어졌다. 눈에는 실핏줄까지 터지고, 몸은 지쳐 있었으며 마음은 점점 더 예민해졌다. 그러다 보니 평소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말 한마디에도 화가 치밀었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났다. 상대방이 문제라기보다, 결국은 내 안에 쌓인 피로와 불안이 문제였다.
돌이켜보면 그런 날은 종종 있었다. 출근길에 뭔가를 빠뜨렸을때, 평소라면 “뭐, 그럴수도 있지” 하고 넘겼을 텐데, 그날따라 화가 치밀었던 적. 집에서 아이가 방을 치우지 않았을 때, 그냥 웃고 말 수도 있는데, 그날따라 “왜 늘 이래?” 하고 과하게 화를 낸 적.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라, 내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김은주 작가는 『달팽이 안의 달』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특별한 이유 없이 누군가가 밉게 느껴지는 순간은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안을 들여다보라는 신호라는 걸 알게 된다. 내가 충분히 쉬지 못했는지, 작은 불안이 마음을 가득 메우고 있진 않은지, 해결하지 못한 감정이 쌓여 있진 않은지 말이다.
결국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거울과 같다. 내가 따뜻할 때는 작은 실수조차 웃음으로 넘길 수 있지만, 내가 예민할 때는 작은 농담조차 가시처럼 다가온다. 오늘의 나는 지쳐 있었고, 그래서 더 쉽게 화를 품었다.
하지만 괜찮다. 내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린 순간, 이미 다시 회복을 향해 한 발 내디딘 것이니까. 특별한 이유 없는 미움이 올라올 때마다 멈춰 서서 내 안을 먼저 살피고 싶다. 내가 조금 더 단단해지고 여유로워질 때, 세상과 사람들도 훨씬 따뜻하게 다가올 테니까.
오늘도 나는 버텼고, 살아냈다. 그리고 나는 매일 잘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