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오늘, 겨울인데도 햇살이 이상하리만큼 따뜻했다.
찬바람이 스칠 때마다 움츠러들던 몸이
햇살 한 줄기 앞에서는 거짓말처럼 풀어졌다.
그 빛을 잠시 맞고 서 있다가
나는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좋다.
그 순간 문득 생각났다.
누군가에게 건넸던 ‘좋아해’라는 말,
그리고 내가 받았던 작은 좋아함들이
어쩌면 이 햇살보다 먼저,
더 오래 나를 데워왔다는 것을.
좋아한다는 마음은
크지 않지만 오래 남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을 밀어 올린다.
그리고 어떤 날에는,
내가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좋아해라는 말이 남긴 따뜻한 흔적들,
나를 살게 했던 작은 기쁨들,
그리고 생각만 해도 미소 지어지는 순간들을
주말마다 한 편씩 적어 내려가려 한다.
겨울 햇살 한 줄기에 마음이 풀어졌던 오늘처럼
앞으로 이어질 서른 편의 기록도
누군가의 마음 한 켠을
살며시 데워주면 좋겠다.
이 글은 시작이지만,
어쩌면 누군가의 마음에는
작은 에필로그처럼 닿기를 바란다.
조용하지만 오래가는 따뜻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