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나는 새벽공기를 참 좋아한다.
세상이 아직 반쯤 잠든 그 시간,
아무 말도, 아무 소리도 섞이지 않은 공기가
가장 먼저 나를 깨운다.
창문을 살짝 열어 작은 틈을 만들면
차가운 바람이 먼저 안으로 스며든다.
그 찬 기운이 얼굴을 스칠 때,
그동안 머릿속을 떠다니던 생각들이
하나둘씩 가라앉기 시작한다.
이맘때의 새벽공기는
마음속 먼지를 털어내는 빗자루처럼
나를 조용히 정리해준다.
새벽의 공기가 좋은 이유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지만
어쩐지 숨을 들이킬 때마다
내 안이 조금씩 비워지는 느낌이어서다.
복잡했던 마음이 맑아지고,
어제의 무게가 잠시 내려지는 순간.
그 고요함 속에서야
비로소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새벽은 늘 하루에서 가장 ‘앞선 시간’처럼 느껴진다.
아직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고,
누구의 기대도 닿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
세상보다 먼저 깨어나는 느낌이
언제나 나에게 작은 자신감을 준다.
천천히 숨을 고르고,
내 속도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새벽공기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어쩔 때는
새벽공기가 너무 차가워 손끝이 시릴 때도 있다.
그런데 그 차가움조차 좋다.
차가운 공기와 함께
내 마음 속 복잡함이 단숨에 식어내리고
몸 안의 긴장까지 풀리는 듯해서다.
새벽은 늘 말이 없지만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더 깊이 위로받는다.
이 투명한 시간 속에서 숨을 들이키고 있으면
삶이 갑자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같은 풍경인데도 새벽의 빛을 받으면
조금 더 선명해 보이고,
내 마음도 그 선명함을 닮아간다.
그래서 나는 새벽공기를 좋아한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가장 첫 번째 순간,
가장 맑은 숨을 들이키며
오늘이라는 하루를
조용하고 단단하게 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