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나는 발라드 노래를 좋아한다.
기분이 한껏 좋을 때보다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을 때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노래들이다.
발라드는
처음부터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조용히 시작해서
천천히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괜히 말을 걸지 않아도
이미 내 기분을 알고 있는 것처럼
그 자리에 맞는 속도로 흘러간다.
나는 발라드를 들을 때
굳이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게 좋다.
가사를 다 따라 부르지 않아도,
멜로디에 의미를 찾지 않아도
그저 흘려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노래가 나를 끌고 가지 않고
내 옆에 조용히 앉아 있는 느낌이라서.
특히
청소를 하거나,
커피를 내리거나,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앉아 있을 때
발라드는 가장 잘 어울린다.
손은 바쁘고
마음은 쉬고 있을 때,
발라드는 그 틈을 딱 맞게 채워준다.
발라드에는
괜히 울컥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억지로 눈물을 끌어내지 않는데도
어느 한 소절에서
문득 마음이 건드려진다.
지나간 일 같기도 하고,
지금의 내 이야기 같기도 한
그 애매한 경계가 좋다.
나는 발라드가
위로하려 들지 않는 점이 좋다.
괜찮다고 말하지 않고,
힘내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그저
“그래, 이런 마음도 있지” 하고
같이 앉아주는 노래들.
그래서 발라드를 듣고 나면
기분이 확 좋아지지는 않지만
조금 정돈된 느낌이 든다.
엉켜 있던 감정들이
각자의 자리를 찾은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진다.
나는 발라드 노래를 좋아한다.
크게 웃게 하지는 않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덜 외롭게 만들어주는 음악이어서.
오늘도 발라드 한 곡을 틀어놓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잠시 앉아 있는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을
발라드는 늘 조용히 허락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