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나는 수국꽃을 좋아한다.
처음부터 눈길을 끌던 꽃은 아니었다.
또렷한 인상을 남기는 꽃도 아니고,
그냥 덩어리처럼 보이기도 해서
한동안은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수국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름 초입,
햇살이 강하지 않은 날,
비가 내리거나 공기가 축축한 날에
수국은 유난히 자기다운 색으로 서 있었다.
수국은 보면볼수록 예쁜 꽃이다.
한 송이인 줄 알았던 꽃이
사실은 작은 꽃들이 모여 이루어졌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된다.
각각은 크지 않고 화려하지 않지만,
함께 있을 때
비로소 하나의 얼굴을 가진다.
그 모습이 좋다.
색도 늘 같다기보다
조금씩 달라진다.
파랑 같다가도 보라로,
연분홍 같다가도
어느 순간 차분한 회색빛을 머금는다.
수국축제라도 있는곳은
그야말로 색의 향연이다.
수국은 햇빛보다 비와 더 잘 어울린다.
비를 맞고 있을 때
가장 또렷해 보이고,
가장 단단해 보인다.
괜히 밝아지려 애쓰지 않고
주어진 날씨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 담담함이 좋다.
그래서인지
수국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자연스럽게 차분해진다.
괜찮아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분명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을
허락받는 느낌이 든다.
지금 이 마음도
충분히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나는 수국꽃의 그런 태도를 좋아한다.
튀지 않으면서도 분명하고,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가득 차 있는 모습.
계절이 허락한 만큼만 피어 있다가
조용히 자리를 내어주는 그 단정함까지.
그래서 나는 수국꽃을 좋아한다.
한 가지 색으로 설명되지 않고,
한 가지 감정으로 묶이지 않는 꽃.
흐린 날에도
자기 자리를 잃지 않는 그 모습이
지금의 나와 닮아 있어서.
좋아하는 것들은
대개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마음을 먼저 설득한다.
수국은 늘 그렇게
말없이 나를 설득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