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나는 원래 겨울을 좋아하지 않았다.
늘 따뜻한 봄을 좋아했다.
햇살이 부드럽고,
꽃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계절.
무언가 다시 시작되는 기분이 들어
봄이 오면 마음도 함께 풀리는 것 같았다.
겨울은 그 반대였다.
차갑고, 길고, 견뎌야 하는 계절.
몸을 움츠리게 만들고
괜히 마음까지 단단해지는 느낌이 싫었다.
그래서 겨울이 오면
늘 다음 계절만 기다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겨울이 싫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예전처럼
겨울을 밀어내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겨울은 말이 적다.
색도 소리도 한발 물러서 있다.
그래서 좋다.
괜히 나를 들뜨게 하지 않고,
지금의 속도를 그대로 허락해주는 계절이라서.
차가운 공기를 한 번 들이마시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맑아진다.
불필요한 감정들이 정리되고,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도 될 말이
자연스럽게 구분된다.
겨울은 늘 나를 단정하게 만든다.
특히 겨울의 햇살을 좋아하게 되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만나는 따뜻함은
유난히 오래 남는다.
잠깐 스쳐도 기억에 남고,
괜히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
겨울의 따뜻함은
아껴 쓰는 위로 같아서 더 좋다.
어쩌면 내가 변한 걸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더 가지려 하기보다
이미 가진 것들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된 시간들.
그 시간들과 겨울은
묘하게 닮아 있었다.
이제는
겨울이 와도 서두르지 않는다.
빨리 지나가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그 계절이 가진 속도대로
나도 함께 머문다.
나는 여전히 봄을 좋아한다.
하지만 겨울도 좋아하게 되었다.
견디는 계절이 아니라
나를 과장하지 않게 해주고,
지금의 나를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고
말없이 알려주는 계절로.
취향이 바뀌었다기보다
마음이 자랐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지금,
겨울이 좋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를 편들어주는 계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