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나는 쇼콜라 케이크를 좋아한다
쇼콜라 케이크는
기분이 아주 좋을 때보다
오히려 기분이 조금 가라앉아 있을 때
간간히 생각나는 맛이다.
괜히 마음이 불편한 날,
딱히 이유를 설명하고 싶지 않은 날,
누군가에게 털어놓기엔 애매한 감정이 남아 있을 때
문득 쇼콜라 케이크가 떠오른다.
당장 먹지 않아도 괜찮은데,
‘그런 맛이 있었지’ 하고
마음속 어딘가를 톡 건드리는 기억처럼.
초콜릿의 시작은 꽤 오래되었다고 한다.
고대 중남미에서는
초콜릿이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기운을 회복시키는 음료이자
신에게 바치는 귀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달콤함보다는 쌉싸름함이 먼저였고,
몸과 마음을 깨우는 힘이 있다고 믿어졌다.
그래서인지
쇼콜라 케이크에는
언제나 단맛보다 묵직함이 먼저 있다.
포크로 자를 때 느껴지는 밀도,
입 안에서 천천히 퍼지는 쌉싸름함.
그 맛은
괜히 나를 억지로 기분 좋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이 기분 그대로도 괜찮다고
조용히 인정해준다.
초콜릿에는
기분을 안정시키는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한다.
행복 호르몬을 돕는 물질,
긴장을 풀어주는 향.
그래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무의식적으로 초콜릿을 찾는다고도 한다.
나는 그 이야기가
괜히 생긴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분이 안 좋을 때
쇼콜라 케이크가 떠오르는 이유는
달콤해서가 아니라,
그 쌉싸름함이
내 마음 상태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쇼콜라 케이크는 서두르지 않는다.
천천히 먹어야 하고,
한 입 한 입 곱씹어야 한다.
급하게 삼키면 오히려 부담스럽다.
그 점도 참 닮았다.
감정도 그렇다.
빨리 정리하려 들수록 더 엉키고,
가만히 두면
스스로 자리를 찾는다.
커피 한 잔 옆에 놓인 쇼콜라 케이크는
말수가 적은 사람 같다.
괜히 위로의 말을 던지지 않고,
분위기를 바꾸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저 곁에 있으면서
“그래, 오늘은 이런 날도 있지”
하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존재라고나 할까
나는 쇼콜라 케이크를 좋아하지만,
자주 찾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분이 안 좋을 때,
아주 가끔
그 맛이 떠오른다는 건
이미 내 마음속에
제법 깊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좋아하는 것들은
늘 밝고 달콤할 필요는 없다
기분이 안 좋을 때
간간히 생각나는 맛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는 충분히 달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