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필사
“똑똑한 사람은 알맞게 옳은 말을 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때맞춰 침묵할 줄 안다.”
— 박노해, 『걷는 독서』
새해가 시작되면
괜히 말이 많아질 것 같지만
올해는 오히려
조금 더 조용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설명하고,
내 선택을 이해시키고,
잘하고 있다는 증거를
굳이 말로 덧붙이지 않아도 되는 상태.
그런 마음이
새해 며칠 사이에
천천히 자리 잡고 있다.
현장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말의 힘도, 말의 한계도
함께 보게 된다.
옳은 말을 해야 할 순간도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사람을 더 지켜주는 때도 많았다.
그래서 이 문장이
오늘따라 더 오래 머물렀다.
지혜로운 사람은 때맞춰 침묵할 줄 안다.
침묵은
아무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생각이 너무 많아서
고른 선택일 때가 많다.
지금은 말보다
기다림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걸
알아차렸을 때
비로소 가능한 태도이기도 하다.
새해의 나는
모든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아도 좋고,
모든 상황에
의견을 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해본다.
그 대신
조금 더 듣고,
조금 더 지켜보고,
필요할 때만
말을 건네고 싶다.
옳은 말보다
필요한 침묵을 고를 수 있다면
올해의 나는
조금 더 지혜로운 사람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새해에는
이 문장을 마음에 두고
말보다 태도로
하루를 살아가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