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필사
고맙다.
애썼다.
장하다.
최선을 다해 익어온 그 마음을 안다.
— 박노해, 『걷는 독서』
오늘은
큰아이의 임용고시 2차 시험 첫날이다.
3일 동안 이어지는 시험.
달력에 적어두고도
막상 오늘이 되니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
아이의 얼굴을 보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괜찮냐는 말도,
힘내라는 말도
괜히 더 무거워질 것 같아서.
그저
묵묵히 해내고 있는 그 시간을
조용히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공부라는 게 그렇다.
결과로 말해지는 일이지만
그 안에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몸의 고단함과
마음의 외로움이 함께 쌓인다.
특히 이렇게 긴 시간,
아픔을 참고 버텨온 날들이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최선을 다해 익어온 시간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 문장을 천천히 적었다.
고맙다.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와줘서.
애썼다.
아픈 몸으로도 하루하루 견뎌줘서.
장하다.
결과와 상관없이
너는 이미 충분히 잘 해냈다고.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대신 살아주는 것도,
대신 시험을 치러주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안다.
그저
네가 걸어온 길을 믿고
네 마음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알아주는 일뿐.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나는 같은 마음으로
너를 응원할 것이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보다
이미 애써온 너를
먼저 안아주는 마음으로.
고맙다.
애썼다.
장하다.
이 말이
시험이 끝난 뒤에도
네 마음에 오래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