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피워 왔다고

by 봄날의꽃잎

오늘의 필사

더 힘든 날도 있었다고,

그래도 이겨내왔다고,

그래도 꽃 피워 왔다고.

— 박노해, 『걷는 독서』


이 문장을 적으며

잠시 손을 멈췄다.

괜히 마음 한가운데가

툭 건드려진 느낌이었다.


우리는 종종

지금이 가장 힘들다고 말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더 힘들었던 날들도 분명 있었다.

몸도 마음도

지금보다 훨씬 버거웠던 시간들.


그때도

울었고,

주저앉고 싶었고,

포기라는 말이

자꾸만 입가에 맴돌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하루는 지나갔고

다음 날은 또 왔다.

그래서 이 문장이

위로처럼 다가온다.

‘잘해냈다’는 말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는 인정으로.


꽃은

늘 완벽한 조건에서 피지 않는다.

비바람 속에서도,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땅에서도

조용히 피어난다.

티 나지 않게,


그러나 분명히.

나의 시간도 그랬다.

화려하지 않았고

누가 박수를 쳐주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번

다음 날을 살아냈다.


그래도 이겨내왔고,

그래도 피워 왔다고


이렇게 말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조금 가벼워진다.


지금도 여전히

완전히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온 나를

오늘만큼은

조용히 인정해주고 싶다.

그래도 피워 왔다고.

그리고

아직도 피워갈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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