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필사
숨기려 할수록 드러난다.
감추려 할수록 비춰진다.
— 박노해, 『걷는 독서』
살다 보면
괜히 숨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힘들다는 말,
괜찮지 않다는 표정,
조금 지쳤다는 신호들.
괜찮은 척하면
정말 괜찮아질 줄 알았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버티면
그 마음도 곧 따라올 줄 알았다.
그래서 더 애써 감췄다.
말도, 표정도, 마음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내 안의 것들은 더 또렷해졌다.
숨긴다고 사라지지 않았고,
감춘다고 없어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틈새로 새어 나와
더 분명해졌다.
이 문장을 적으며
조금은 솔직해져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괜찮지 않아도,
아직 정리되지 않아도,
지금 이 상태 그대로도
괜찮다고 말해줘도 되겠다는 마음.
숨기지 않아도
드러난다고 해서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그건
내가 여전히 살아 있고,
느끼고 있고,
애쓰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요즘의 나는
감추는 데 쓰던 힘을
조금 내려놓고 싶다.
대신
드러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본다.
숨기려 할수록 드러난다면
차라리
조금은 드러나도 괜찮지 않을까.
그게 나를 덜 지치게 하고,
조금은 더 나답게
오늘을 살게 해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