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길에서, 관계 속의 나

by 봄날의꽃잎

오늘의 필사

함께 가자, 먼 길.

너와 함께라면

멀어도 가깝고

아름답지 않아도

아름다운 길.

나도

그 길 위에서

나무가 되고

너를 위해

착한 바람이 되고 싶다.

나태주, 먼길



이 문장을 적고 나서

나는 ‘함께 간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함께 간다는 건

늘 같은 속도로 걷는 일이 아니고,

항상 같은 마음 상태로 머무는 일도 아니다.

관계 속의 나는

하나의 얼굴로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관계에서는

늘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려 애쓰는 내가 있고,

어떤 관계에서는

자꾸 설명하고 이해받고 싶어 하는 내가 있다.

또 어떤 자리에서는

말을 아끼며 한 발 물러서 있는 나도 있다.

같은 나인데 관계가 달라지면

태도도, 말의 온도도 조금씩 달라진다.


부모로서의 나는

앞서 끌어주고 싶으면서도

아이의 속도를 침범하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이고,

일하는 자리에서의 나는

단단해 보이고 싶지만

사실은 마음이 쉽게 흔들리는 사람이다.

친구 앞에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나로

잠시 숨을 고르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모습으로 살아가다 보니

요즘의 나는

관계 속에서의 나를

함부로 평가하지 않으려 한다.

그때그때 최선의 방식으로

균형을 잡으려 애쓰고 있었다는 걸

이제는 조금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 속에서 말한

‘나무’와 ‘바람’은

완벽한 사람이 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덜 상처 주고,

덜 흔들리며,

조금 더 오래 곁에 남고 싶다는 마음에 가깝다.


함께 가는 길이

언제나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속도가 맞지 않을 때도 있고,

마음이 엇갈리는 순간도 분명 있다.

그래도 그 길 위에서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잠시 머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관계가 아닐까.


그래서 오늘은

관계 속의 나를

다그치지 않고 바라본다.


앞서간 나도,

머뭇거린 나도,

물러섰던 나도

모두 그 나름의 자리에서

함께 가는 법을 배우고 있었을 테니까.


함께 가자, 먼 길.

완벽하지 않아도,

여러 모습의 나여도,

그 길 위에서

서로에게 나무가 되고

착한 바람이 되어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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