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대해 쓰려고 앉았다가 나는 자꾸 손을 멈춘다.
이걸 왜 쓰려는 건지 스스로에게 먼저 묻게 된다.
그리워서인지, 지금이 조금 벅차서인지,
아니면 그저 마음이 잠깐 쉴 곳을 찾고 있는 건지.
추억이라는 말은 왠지 따뜻해야 할 것 같은데,
막상 떠올려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어떤 기억은 꺼내는 순간 마음이 먼저 조용해지고,
어떤 기억은 괜히 한숨부터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추억을 꺼내는것은 기대보다는
늘 고민에 가깝다.
돌아가고 싶은 시간도 분명 추억이고,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도 결국은 추억이다.
한때는 그 시간이 다시는 생각나지 않기를 바랐다.
아침에 눈 뜨는 게 버거웠던 날들,
이유를 몰라 더 답답했던 마음,
괜히 모든 게 나 때문인 것 같았던 시기.
그땐 그 하루를 무사히 끝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애를 썼는데, 그 시절의 나는
스스로를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계속 바쁘고, 계속 책임져야 했고,
계속 어른이어야 했던 시간들.
지금처럼 돌아보면
“그래도 잘 버텼다”
말해줄 수 있는데
그때의 나는 그 말을 들을 여유조차 없었다.
추억이란 게 꼭 웃음으로만 남아야 한다면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기억하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추억을 그리움이라고만
부르지 않기로 했다.
그보다는 이미 지나온 나를 뒤늦게나마 인정해 주는 말,
“그때의 너도 충분히 애썼다”
라고 건네는 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까지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을 때,
그 시간은 비로소 아픔에서 빠져나와
기억의 자리에 앉는다.
나는 이렇게 추억을 조금 다른 눈으로 본다.
다시 살고 싶은 날은 아니어도
다시 부정하고 싶지 않은 날,
그 하루하루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아서. 그래서 추억은
되돌아가기 위한 문이 아니라
이미 지나온 길을 한 번쯤 돌아보게 하는
작은 쉼터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잠깐 앉아
“그래도 여기까지 왔구나”
스스로에게 말해볼 수 있는 곳.
아마도 추억은
다시 살고 싶은 시간이 아니라
이미 잘 살아낸 시간에
조용히 붙여주는 이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