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라는 단어를 보면
여러 가지 말들이 함께 떠오른다.
결심, 다짐, 계획.
그리고 이상하게도 작심삼일이라는 말까지.
시작이라는 말 속에는
늘 마음을 새로 묶는 일이 들어 있다.
이번에는 꼭 해보자.
이번에는 조금 달라져 보자.
그래서 사람들은 시작 앞에서 자신에게 약속을 건다.
특히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버킷리스트를 적는다.
운동하기.
책 많이 읽기.
밀가루 끊기.
새로운 공부 시작하기.
미뤄두었던 일 해보기.
노트 한 장이
다짐으로 가득해진다.
올해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해에는
작심삼일이 유난히 빨리 찾아온다.
생각해 보면 작심삼일이 되는 일들은 늘 비슷하다.
다이어트를 시작한다며
냉장고 속 간식들을 정리하고
“이번에는 진짜다”라고 말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빵집 앞에서 잠시 멈춰 서게 된다.
밀가루를 끊어보겠다며
라면과 빵을 멀리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비 오는 날이면 뜨끈한 국물의 라면이 먼저 떠오른다.
매일 운동을 하겠다며 운동화를 꺼내 놓고
아침마다 걷겠다고 마음먹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
“오늘은 좀 피곤하니까 내일부터…”
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새 책을 몇 권이나 사 놓지만
며칠 지나면 책갈피는 그대로인데
휴대폰 화면만 더 자주 넘기고 있다.
밤에는 일찍 자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잠들기 전 휴대폰을 잠깐만 보려다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가기도 한다.
일기를 매일 써보겠다고 예쁜 노트를 준비하지만
처음 며칠만 정성스럽고 어느 순간부터
빈 페이지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며 어플을 설치하고
하루에 단어 열 개씩 외우겠다고 다짐하지만
알림이 와도 “오늘은 좀 바빠서…” 하며 미루게 된다.
집을 늘 깔끔하게 정리하겠다고
마음먹은 날에는 서랍도 정리하고 책상도 닦지만
며칠 지나면 다시 ‘나중에 해야지’ 하는 물건들이
조금씩 쌓여 간다.
생각해 보면 작심삼일이 되는 일들은
대부분 이렇게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 있다.
그래서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어쩌면 누구에게나 있는
생활의 한 장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결국 시작을 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면
작심삼일도 없었을 테니까.
오늘은 그 말을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려고 한다.
삼일이면 어떤가? 다시 시작하면 된다.
마음이 흐려지면? 다시 꺼내면 된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도
그렇게 이어져 왔는지 모른다.
다짐했다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마음을 꺼내는 일.
시작이라는 것은
완벽한 준비 끝에 하는 일이 아니라
여러 번 다시 꺼내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작은 시작 하나를 꺼내 본다.
새해 1월이 아니어도, 월요일이 아니어도
시작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어쩌면 시작은 거창한 날이 아니라
당장 오늘부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