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나는 쑥을 떠올린다.
쑥은 꽃처럼 화려하지 않다. 키를 낮추고 땅에 붙어 조용히 자란다.
잎은 부드러운 솜털을 머금고 있어 손끝으로 쓸어보면 보슬보슬한 감촉이 남는다.
연둣빛과 회색빛이 섞인 색, 그 어딘가 소박한 빛깔.
하지만 향만큼은 어느 꽃보다도 강하다.
손으로 한 번 비비면 봄이 터지듯 퍼진다.
그 향은 조금은 쌉싸름하고, 조금은 따뜻하고.....묘하게 사람을 붙잡는다.
그래서인지 봄이 되면 쑥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겨우내 지친 몸을 일으키듯 쑥을 뜯어다가 국을 끓이고, 무치고, 버무렸다.
쑥국 한 그릇에는 봄이 그대로 담겼고,
쑥무침 한 접시에는 입맛을 깨우는 생기가 있었다.
떡에 넣어 먹고, 말려서 차로도 마셨다.
쑥은 단순한 풀이 아니라 몸을 돌보는 약이었고 계절을 건네는 음식이었다.
따뜻하게 속을 데워주고, 지친 몸을 다독여주고, 묵은 기운을 털어내듯
사람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풀.
그래서 봄이면 누구나 쑥을 찾았던 걸까.
그리고 나는 그 쑥향 속에서 한 사람을 떠올린다.
내 찬구, MS
그 친구의 식당에는 봄이 따로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쑥향이 먼저 다가온다.
막 캐온 풀처럼 살아 있는 향.
그 집의 쑥전은 조금 특별하다.
얇게 부치는 전이 아니라 넓고, 두껍고, 마치 피자처럼 큼직하게 부쳐낸다.
라지 사이즈 피자처럼 식탁을 가득 채우는 쑥전.
노릇하게 익은 가장자리와 그 안에 촘촘히 박힌 쑥들.
한 입 베어 물면 쑥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그건 단순한 맛이 아니라 봄을 씹는 느낌이다.
사람들은 그 맛을 알기에 식당 앞에 줄을 선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다들 같은 마음이다.
“여기 쑥전 먹으러 왔죠?”
사실 나는 안다. 이 쑥전이 왜 이렇게 깊은맛인지.
친구는 봄이 오면 쑥을 캐러 다닌다.
그냥 아무 데서나 캐지 않는다. 해풍을 맞은 쑥을 찾는다.
바다 쪽 산, 바람이 세게 부는 곳. 짭조름한 바람을 머금은 쑥이
향이 더 짙고 깊다는 걸 그 친구는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멀리 가고, 그래서 더 오래 걷는다.
그렇게 캔 쑥을 일 년 내내 쓴다.
상상하기 힘든 양을 봄 한 철에 준비해 둔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쑥전 한 장 안에는 그 친구의 시간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
흙냄새 묻은 손, 바람 맞으며 걷던 길, 쑥을 하나하나 고르던 눈.
그 모든 것이 그 한 장에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쑥향을 맡으면 그 친구가 먼저 떠오른다.
쑥은 봄을 닮았고 그 친구는 쑥을 닮았다.
조용하지만 깊고, 소박하지만 오래 남는 사람.
봄이 오면 나는 또 그 집에 간다.
쑥전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올해도 봄이 왔구나.
그리고 너는 여전히
봄을 캐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