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웠더니 나물.

안동 산불피해지역 - 토갓마을을 다녀와서

by hongrang


검게 식어 있던 땅 위로

가장 먼저 올라온 것은

이름 없는 나물의 숨이었다.


불의 흔적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그 위를 덮는 연두는

지우기보다, 다시 쓰는 쪽을 택했다.


앙상하던 나무 곁에도

산죽들은 모여들어

조용히 계절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트랙터의 둔탁한 리듬 사이로

흙은 부드러워졌고,

사람들은 다시 씨앗을 이야기했다.


모든 것이 끝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은

늘 이렇게 낮은 것들이었다.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작고,

그러나 끝내 마을을 채워버리는 것.


그것을 우리는

봄이라고 부르기 전에

희망이라 불러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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