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트, 겨울을 버틴 힘

오늘은 죽지마

by 설애

얼마 전, 브런치 글을 통해 매드 클라운의 '죽지 마'를 들었다. 죽지 말라고, 작은 일들을 나열하며 조금만 더 살아보자고 외치는 가사를 들으며 겨울의 냉기를 버티는 냉이를 떠올렸다.


많은 식물들이 겨울에는 속에 숨어있다가 봄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하지만 냉이는 로제트(Rosette)의 형태로 겨울을 버티는 식물이다. 로제트는 장미에서 기인한 이름으로, 장미처럼 넓게 펴진 형상으로 납작하게 땅에 붙어 자라는 현상이다. 그래서 차가운 겨울바람을 피하고, 귀한 햇볕을 최대한 받으며, 땅에서 올라오는 온기로 겨울을 버틴다. 또한 동물이나 사람에게 밟혀도 부러지거나 꺾이지 않고 그냥 자라기도 하니,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그래서 봄이 되면 다른 식물보다 빨리 꽃을 피워 경쟁 없이 곤충의 선택을 받는다.


겨울 방학이 끝나기 직전, 아들이 할머니와 같이 시골 들판에서 냉이를 따왔다. 까만 비닐봉지를 여니 냉이 향이 훅 올라왔다. 냉이 향은 톡 쏘는 것이 아니라 은은하게 퍼지는 짙은 풀냄새이면서도 봄에 어울리는 싱그러운 향이 섞여있다. 그 은근한 향에 봄을 느낀다. 냉이를 삶아 고추장에 무치고, 된장국에 넣어 끓인다. 그렇게 냉이를 먹으며 또 한 번 입 안에서 퍼지는 봄향기를 느낀다. 씹으면 달달한 냉이의 맛도 좋아하지만, 역시 이 향기가 좋다. 냉이를 먹어야 비로소 입 속에도 봄이 온다. 봄기운이 몸으로 퍼진다.


이 봄기운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냉이 향을 맡고 씹으면서 누군가가 겨울을 잘 버텨낸 후 봄을 맞았기를 바란다. 살다 보면 겨울 같은 시절도 있다. 그저 살아남는 것이 최선이 될 그런 시기가 있다. 그래도 냉이처럼 겨울 같은 시절도 살아내기를, 향기롭게 봄을 맞을 수 있기를 바란다.


겨울은 언젠가 끝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겨울은 분명히 끝난다.


힘든 마음을 땅으로 기대고, 웅크리지 않고 잎을 펼친 냉이처럼 짧은 햇볕을 받아내면 봄이 온다.


얼지 말고, 봄을 기다리길.


그 겨울이 길었던, 이제 조금 봄볕에 익숙해진 냉이 같은 내가 기도해 본다.


당신의 겨울도 지나가길.

냉이처럼 살아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