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나를 위해 거짓말을 한다

by 봄날의꽃잎


나는 아직도 가끔 거짓말을 한다.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서.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싫지는 않다.

함께 웃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 순간 속에서는 나도 충분히 즐겁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사람 속에서 애쓰고 있는 걸까.


겉으로는 괜찮다.

잘 웃고, 대화도 이어가고,

상대의 말에 맞춰 고개도 끄덕인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누가 봐도 괜찮은 하루처럼 보인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면

다른 내가 있다.

말을 꺼내기 싫어지고,

핸드폰 소리조차 부담스럽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고 싶은 나.

몸이 피곤한 게 아니라

마음이 닳아 있는 느낌.

누가 나를 다 써버린 것처럼

마음이 텅 빈 느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약속이 이어지는 날들이 있다.

사람을 만나고, 웃고, 반응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나는 조금씩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주말이 오면

나는 나를 되찾고 싶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

누구도 만나지 않는 시간,

그저 나로만 존재하는 순간.

그런데 그 시간조차

쉽게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또 다른 약속이 생길 것 같을 때

나는 가끔 거짓말을 한다.

“이번 주는 좀 바빠요.”

“그날은 일정이 있어요.”

사실은 아무 일정도 없으면서.

그 말 뒤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나의 하루가 숨어 있다.


누군가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누구의 기대도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나는 그 거짓말을 할 때마다

조금은 미안해진다.

하지만 동시에 안도하게 된다.


이번 주말은

나를 좀 쉬게 할 수 있겠구나 하고.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쉬고 싶어요”라는 말을

그대로 하지 못할까.

쉬고 싶다는 말이

왜 이렇게 변명처럼 느껴지는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왜 괜히 눈치 보이는지.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바쁜 척을 하며 조용히 나를 지킨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아주 작게 말한다.

오늘은 나를 좀 쉬게 해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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