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22 土
오늘 간 카페가 기억에 남는다. 들어가자마자 한쪽 구석 벽면에 엽서가 좌르륵 전시되어 있고 그 앞에는 긴 테이블에 특이한 식물들이 놓여있었다. 엽서를 보자마자 여긴 뭔가 있다 싶어 설레는 마음으로 구경했다. 엽서의 정체는 미래로 보내는 엽서였다. 느린 우체통만 보면 안 쓰고는 못 배겨서 당장 엽서를 골랐다. 어떤 엽서를 살까 고민하다 가장 처음에 눈에 들어온 주황빛 사막을 담은 엽서를 선택했다.
3년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3년으로 선택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펜을 잡았다. 3년 후의 나에게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3년 후의 내가 상상되지 않았다. 지금과 같으면서도 너무도 다를 것 같았다. 까마득히 멀고 흐린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어려웠다. 그래, 일단 내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자. 나는 지금 어디에 있고, 이렇게 지내고 있어. 가슴속에 응어리진 괴로움이 터져 나오듯, 생각 없이 글이 써졌다. 내가 지금까지 이런 고민을 했던가, 싶은 내용이었다. 했었다. 그저 표현하지 않았다. 가슴속에 묻어둔 괴로움이 새어 나왔다. 글을 써 내려가며 괴로움과 함께, 일종의 쾌감이 온몸에 퍼져나갔다. 마치 누군가에게 나의 고통을 하소연할 때처럼. 나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이 써야겠다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고통을 이야기하면, 서로 공감하지 않으면 그저 누군가에게 부담이나 곤란함을 줄 때가 더 많다. 하지만 글로 쓴다면, 내가 나에게 하소연한다면 아무런 눈치도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표현하면 된다. 편지를 마쳤을 때, 내 속의 불안함을 편지 위로 옮긴 듯 허전하며 후련하고 시원한 감각이 들었다. 사실 미래의 나에게 별 이야기를 하지는 않고 그저 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래도 미래의 나는 과거의 고통을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제대로 읽어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미래의 내가 나의 오랜 친구처럼 느껴진다. 나에게 더 자주 편지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