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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용접사의 첫 시작

첫 작업장에서의 기억(1)

by 충청도용접사 Mar 08. 2025


취업부터 난관이었다.

전화가 걸려오긴 했지만 이력서를 제대로 보지 않은 건지 전화목소리를 듣고 나면 “아, 여성분이시구나. 다시 전화드릴게요 ‘ 라며 전화는 끊어지기도 했고 때로는

“하실 수 있겠어요?”라는 말들도 들었다.


첫 작업장의 기억을 말하기 전

면접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썰을 풀어보겠다.


어쨌든 면접은 보러 다녔다.


거리를 따지지 않았다. 지역 내에서 하자니 일이 마뜩지 않았으니..


여러 면접에서 공통적으로 들었던 말들이 있다.


Q. 여자가 용접을 배웠어요?
A. 네, 기술이 필요해서요.

Q. 여자가 하긴 힘든 일인데
A. 용접하면서 힘들단 생각 한 적 없는데요.

Q. 작은 행동에도 성희롱이라고
할까 봐 걱정이네요
A. 직원들 수준이 어떤데요?





난 사실 모든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자였으면 과연 그런 질문을 했을까?


그리고 불러놓고 대체 왜 이 정도의 질문밖에 하지 못할까..  물론 그런 곳은 걸러냈다. 나도 다닐 마음 없다.


그러던 중 어느 한 공장에서 연락이 왔다.


“우린 용접만 하면 되는데, 면접 한번 볼 수 있나요?”


집 하고 그렇게 멀지 않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면접을 봤다. 위에서 나온 공통된 질문은 받지 않았다.


오히려 “대단하시네요. 쉽지 않았을 텐데, 우리 일이 어떤 건지 보여드릴게요. 이 쪽으로 오세요” 라며 칭찬과 격려, 그리고 회사소개가 이어졌다.


그리고 급여협의가 이루어졌다.

뭣도 모르고 그냥 350만 원이면 좋겠어서

 350만 원을 달라했다.


준단다.


아.. 더 부를걸..


눈 내리는 12월의 겨울이었다.


작업복, 안전화를 새것으로 사서 출근 준비를 마쳤다.

진짜 첫 출근이구나. 나 용접하러 가는구나.


의심하면 안 되는데 의심하게 된다.

나 할 수 있을까?
ㅠㅠㅠㅠ



아침 7시 50분. 공장에 도착해서 신입 나부랭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인사였다.


안녕하십니까!!!

나의 등장(?)과 동시에 20명 정도 되는 아저씨들이 모두 나를 가만히 쳐다본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 들린 말은

“머리부터 발 끝까지 새 거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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