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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사? 자격증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처음 발을 들인 그날.

by 충청도용접사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있으면 조금 더 선택의 폭과 기회의 문이 많아진다 ‘


나는 선택의 폭을 넓히기로, 더 많은 기회의 문을 열기 위해 한국폴리텍대학 1년 과정을 시작했다.


귀마개도 없이, 면장갑 달랑 한 장을 낀 손으로 8인치 그라인더를 처음으로 잡았다.


살면서 처음 만져 본 그라인더였다.

손가락이 잘릴까 봐 너무 무서웠었다.


앞으로 모든 게 처음이겠지?


나의 첫 용접작품 (아크용접)


입학 후 제일 처음 배운 용접은 아크용접이었다.


용접은 크게 아크용접/co2용접/티그용접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외에도 여러 종류의 용접이 있지만 자격증 기준으로만 말해본다면 아크용접은 용접의 조상 격이다.

가장 먼저 나왔고, 가장 흔하게 알고 있을 듯하다.


나도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길에서 아저씨들이 파이프를 용접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그걸 보고 있으면 작업하던 아저씨가

”이 불빛 쳐다보면 안 돼~ 눈 병나! “라고 말했었던 기억이 있다.


눈병. 그건 바로 아다리였다.

아다리에 걸리면 눈알에 모래가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느낌과 더불어 눈알이 쩍쩍 갈라지는 통증이 생긴다.


나도 한두 번 걸렸었는데 용접을 하면 금세 낫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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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선 아크용접을 제일 먼저 배웠는데,

처음에 당황했던 건 ‘용접면’이었다.

용접면도 멋이라는게 있다.

이걸 쓰고 용접을 해야 하는데 웬걸..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용접봉에 아크(용접불빛)가 발생하면 그때부터 보이기 시작했는데 어둠 속에서 새끼손톱만 한 불빛을 보며 똑바로 용접하기란 쉽지 않았다.


똑바로 가는 것도 어렵구나..


사실 한번 해보고 나랑 안 맞을 것 같으면 금방 관두려 했지만 생각보다 재밌었고 꽤나 나랑 잘 맞았다.


세 가지 용접 중에서도 나는 티그용접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티그용접은 보호가스를 사용해서 용접하는 방식으로 이때 사용되는 보호가스는 아르곤가스이다.

현장에서 알곤이라 줄여 부르게 되면서

흔히 말하는 알곤용접이 된 것인데, 다른 두 가지 용접과는 다르게 양손을 써야 하는 용접이었다.


한 손으로는 용접봉을 송급하고 , 또 한 손으로는 용접토치를 써야 했다.


사진출처 : 본인.

나는 처음부터 왼손으로 시작했다.

양손을 쓰면 일하기 좋다고 들었기 때문에 차라리 아무것도 모를 때 왼손으로 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현재 양손용접사가 됐다.


차근차근 자격증을 취득하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의 낙방 없이 1년 새 6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학교를 마쳤다.

1년간 주행거리 45,000km , 지구 한 바퀴가 넘는 거리를 하루도 빠짐없이 다녔다.( 일요일은 쉬었다 )


용접을 배우면서 세운 목표는
내 공장을 차려서 내 일을 하는 것이었다


내 일을 하려면 경험이 필요했고

이력서를 40곳 정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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