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이브 코딩만 하다가 뼈 맞은 날

2025년 9월 3일 근무일지

by 김영재
이 글은 제 근무일지에서 개인정보와 구체적인 근무 내용들만 편집해 작성했습니다.

난 개발 타임라인에 쫓기고 있다. 알고리즘의 개요를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제안서에 제시되었던 내용으로 바로 알고리즘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알고리즘 하나만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사용되었다. 그 덕에 23일 남은 기간 안에 만들어야 할게 산더미다. 문제는 알고리즘의 완성도는 많이 올라왔음에도 완성은 아니고, 남은 기능들이 여러 가지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번 주에 스퍼트를 많이 내고 있는 중인데, 현재 터널링 효과가 아주 높게 걸려 있다. '완성해야 한다', '어떻게든 끝내야 한다'라는 생각에 스트레스 관리도 어렵고, 일을 잘하기 위한 고민을 따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오늘 팀 세션에서 'Cursor 똑똑하게 사용하기'라는 주제로 팀원분이 이야기를 공유했다. 기본 골자는 도움이 될 Context를 많이 반영하자는 말이었다. 대표적으로 Cursor Rules을 지정하고, 필요한 맥락을 @표시로 멘션을 많이 해서 Cursor가 더 많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진행해 보자. 거기에 필요할 때 Ask/Agent 모드를 바꿔서 쓰고, 초반에 복잡하게 구현하고 싶은 일의 end-to-end를 정의할 때만 GPT-5를 쓰고, 평소에는 claude를 agent로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이는 식의 이야기였다.


머릿속으로 'Cursor Rule'을 좀 써보고, Context도 더 써봐야겠다고 고민하던 찰나에 대표가 머리를 크게 때리는 일을 했다. '바이브 코딩'을 하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생산성을 과연 올리고 있는 걸까? 그 자체가 실력을 올리고 있는 건가? 실제 생산성은 바이브 코딩으로 일을 일부 맡긴 다음에, 더 고차원적이고 고민을 오래 해야 하는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실제 실력은 이 오래 고민한 시간들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여 올라가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한동안 가만히 앉아서 내가 실력을 올린다는 건 무엇일지 고민했다. 마감시한에 쫓겨서 현재는 누가 봐도 일을 빠듯하게 해내는 것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를 위한 input 없이 그냥 문제만 바이브 코딩으로 끙끙대며 해결되는 건 내 실력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건 그저 경험이 미약하게 쌓이는 것뿐이지.


그러니까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간단하다. 새로운 내용을 고민하면서 읽고, 이를 정리하는 시간을 매일매일 조금씩이라고 가지는 것이다. 이 시간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출근을 좀 더 일찍 해야 한다. 자기 전에는 분명히 회복을 거치고, 운동해야 하는 시간이 있다. 아침에 의지를 좀 더 챙겨서 일찍 일어나서 좀 더 사무실에 일찍 와서 '공부'부터 하고 업무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내가 이 팀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고, 나는 어떤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될지는 내가 하는 고민과 실행에 달려 있다. 다시 한번 마음을 꽉 잡아보자. 아무리 바쁘더라도, 이를 정리하면서 환기하는 시간은 분명 필요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