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칼의 결단’과 심리학의 지혜
어릴 적 읽은 김유신 장군의 전기에서 지금도 선명히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김유신은 한때 기생을 사랑해 방탕한 삶을 살았지만, 그 관계를 정리하고 새롭게 살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술에 취한 채 말 위에서 잠들었고, 말은 예전 습관대로 김유신을 기생집으로 데려다 놓는다. 기생은 반가운 마음에 그를 깨우고, 김유신은 순간 당황하면서도 단호하게 말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린다. “주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충격적인 일화는 단순한 전설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다. 김유신의 결단력과 인품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습관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바뀌는가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심리학을 공부한 나로서는 이 장면이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가 『습관의 힘』(The Power of Habit)에서 말하는 습관 고리(Habit Loop) 개념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두히그에 따르면 모든 습관은 다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신호(Cue), 반복 행동(Routine), 보상(Reward). 이 일화에서 말은 주인이 기생집을 향해 가던 과거의 경로를 ‘신호’로 인식하고, 익숙한 길을 따라가며 ‘반복 행동’을 수행한다. 말이 이 행동을 통해 기대한 ‘보상’은 주인이 받던 즐거움일 것이다. 주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작동한 말의 행동은 습관이 얼마나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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