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 매거진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이며, 베스트셀러인 《돈의 심리학》과 《불변의 법칙》의 저자인 모건 하우절 (Morgan Housel)은 그의 저서 "불변의 법칙 (Same as Ever)"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딜레마를 짚는다. "사람들은 확실성을 원하지만, 삶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불분명한 것을 억지로 명확하게 하려 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문장은 수천 년 전 노자(老子)가 도덕경(道德經)을 통해 전하려 했던 핵심 메시지와 놀랍도록 일치한다. 시대는 변했지만, 불확실성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한 근원적인 지혜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하우절의 인용구는 확실성을 향한 인간의 집착을 현대적으로 진단한다. 투자, 직업, 관계 등 무엇이든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미래를 억지로 예측하고 명확하게 정의하려 애쓰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 실제로 많은 심리 연구는 상황을 억지로 통제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통제 착각(Illusion of Control)을 낳고, 통제할 수 없는 현실에 부딪힐 때 그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예측 불가능성을 제거하려는 시도 자체가 역설적으로 정신적 피로도를 높이는 것이다.
산재변호사인 나의 경우, 클라이언트들이 케이스 종결 시점을 미리 예측하고 보상 액수를 제안해 달라고 요청할 때, 나는 2~3년 뒤 케이스 모습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니 미리 짐작하거나 예견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어떤 결과를 확실하게 해두고자 함이 클라이언트의 불안감을 가중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심리전' 같은 인간적인 통제 수단이 전혀 통하지 않는 통제 불가능한 현실에 직면했을 때, 그 충격과 좌절감으로 인해 결국 은퇴에 이르게 되었다. 이는 불확실성을 통제하려던 인간의 노력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발생하는 심리적 대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작위적인 노력은 노자 사상에서 경계하는 유위(有爲)의 태도이다. 이는 예측 불가능한 우주의 근원적 질서인 도(道)의 흐름을 거스르고, 인간의 좁은 이성으로 만물을 통제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노자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무위(無爲)와 자연(自然)을 제시했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으름이 아니라, 억지로 하지 않음, 즉 자연의 순리에 따라 행동하는 지혜로운 비(非)강제적 행위이다. 하우절이 "불분명한 것을 억지로 명확하게 하려 하는 것보다 차라리 불확실성을 수용하라"고 권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자 역시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기꺼이 놓아줄 때 비로소 유연함과 평온을 얻는다"고 보았다.
불확실성을 수용하는 것은 포기가 아닌 최고의 전략이다. 확실성을 포기하고 본질적인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외부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오직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행동, 태도, 장기적인 생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빈 그릇이 되어야 어떤 것이든 담을 수 있고, 흐르는 물처럼 특정한 형태를 고집하지 않고 장애물을 피해 유연하게 나아가는 자세와 같다. 또한, 강풍에 부러지지 않고 흔들리며 버티는 갈대처럼, 외부의 거대한 힘을 억지로 맞서지 않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지혜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Yuval Noah Harari) 또한 AI 시대의 가장 중요한 생존 기술로 '정신적 유연성(Mental Flexibility)'을 강조하며,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끊임없이 재창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결론적으로, 물이 모든 형태의 그릇에 담기며 장애물을 피해 흐르듯,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유연한 태도야말로 하우절과 노자 모두가 제시하는, 혼돈 속에서 가장 지속 가능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