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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규모의 저주

거인의 몰락이 가르치는 진화의 법칙

by 뉴욕 산재변호사

우리는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다. 대개 이 이야기는 약자가 지혜와 용기로 강자를 꺾는, 희망 가득한 서사로 기억된다. 하지만 만약 이 승리가 기적이나 우연이 아니라, 자연의 냉정한 설계, 즉 진화의 필연적 역설이었다면 어떨까. 나는 이 고대의 전투를 단순한 영웅담이 아닌, '규모의 저주(The Curse of Scale)'라는 더 깊은 이야기로 해석해본다.


골리앗의 거대한 몸집은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면서 동시에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몸집을 키우는 것은 일견 생존에 유리해 보인다. 더 많은 힘, 더 압도적인 위압감. 그러나 이 성장은 곧 엄청난 대가를 요구한다. 거대한 체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막대한 열량을 섭취해야 한다. 이는 개인의 생존을 넘어 집단의 자원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며, 모건 하우절이 '불변의 법칙(Same as Ever)'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시대를 관통하며 변하지 않는 인간 심리와 마찬가지로, '규모가 커질수록 유지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자연의 냉혹한 원리가 적용된다. 이처럼 비대해진 체격은 단순한 힘이 아니라, 유지해야 할 '부채'가 된다.


골리앗은 움직임이 둔했다. 그의 거대한 방어구는 그를 보호했지만, 동시에 그의 민첩성을 앗아갔다. 넓은 면적은 적에게 노출되기 쉬운 표적이 된다. 다윗의 관점에서 골리앗은 움직이는 성채가 아니라, 거대한 정지 표적에 불과했다. 반면 다윗은 기동성이 뛰어났다. 그가 들고 있던 것은 칼이나 창이 아닌, 작고 효율적이며 치명적인 '투석기(슬링)'였다. 이는 근접전을 강요하는 거인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진화적으로 최적화된 비대칭 무기였다.


다윗의 승리는 단지 지혜로운 한 수라기보다, 진화적 효율성의 승리였다. 크고 무거운 것은 환경 변화에 느리게 적응한다. 그들은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고,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붕괴 위험도 높아진다. 골리앗은 이 모든 리스크를 체화한 존재였다. 다윗은 이 진화의 법칙, 즉 '생존을 위한 최적화는 거대함이 아닌 효율성에서 온다'는 원칙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교훈을 오늘날의 삶과 조직에도 대입할 수 있다. 거대한 기업, 관료화된 시스템, 혹은 비대해진 개인의 명성은 모두 잠재적인 골리앗이다. 그들이 한때 압도적인 힘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과 복잡성, 그리고 외부 변화에 대한 느린 적응 속도는 필연적으로 다윗과 같은 빠르고 간결하며 효율적인 도전자에게 패배할 운명을 짊어지게 한다. 이때 송길영 작가가 언급한 '핵 개인의 시대'는 이 다윗의 등장을 예고한다. 거대 조직의 비효율성에 얽매이지 않고 전문성과 기동성으로 무장한 핵 개인은, 곧 느려터진 골리앗을 겨누는 정밀한 투석기와 같다.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는 그러므로 '약자의 승리'를 넘어, '비효율적 규모의 몰락'에 대한 자연의 경고일 것이다. 우리가 진정한 힘을 추구한다면, 얼마나 크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때로는 가장 작고, 가장 민첩하며, 가장 가볍게 움직이는 것이 가장 강력한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이 고대의 전투는 오늘날에도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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