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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im Apr 25. 2023

슬픔에 대한 보상

바닷가 근처여서 그런가 공기가   습기를 품어서 끈 쩍 하고 불쾌한  아침 다람쥐들이 뒷마당에 뿌려둔 잔디 씨를 먹으려

나무벽을 타고 아래로 곤두박이칠 쳐 내 다르고 이름 모를 새들이 분주히 아침의 정적을 깨우는 소리로 쉴 새 없는 지져 귀임을 들으며 일상이 시작된다

한국에 살았을 땐  홀로 아이들을 키워내야 했고 너무도 생활이 빡빡하다 보니 하늘조차 쳐다볼 시간 없는 일상의 연속이었기에상상조차 하기 하기 힘든 아침풍경이  내 앞이 펼쳐지고 있는 거다


요사이는 싱글맘이라는 말로 이혼에 대해 어떤 편견도 없고 이혼이라는 제도가 지연스러운 것처럼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대가 왔지만

내가 이혼할 그 당시만 해도 이혼은 집안의 수치고 창피해서 얼굴도 못 든단  말을

사람들이 서슴없이 면견에 해대는 그런 시대였다재혼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재혼이라 하면  다 여자가 뭘 어쩠길래라든가, 남편에게 뭘 잘못해서 이혼당?? 했데 그러고 또 결혼??

본인들 일이 아니고 남의 일이어서 너무도 쉽게  이혼한 사람, 재혼하는  사람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봐주지 않는 그런 시대


이혼한 당사자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혼이라는 마지막  선택지에  다다를 때까지 수많가지 생각. 앞으로 일어 날찌

모르는 미래의 리스크들을 머리 굴려가며 생각하고. 대처해 내야 하는 것도 이혼엄마의 몫이니 말이다.

그중에도 가장 힘든 건 아이들의 거취. 1990년 그 당시만 해도

요사이처럼 어린이집들이 보편화되지도 않았었고. 갓난아이를 맡아 주는 기관 들고 없던 당시여서

나의 선택에는 수많은 제약이 따르는 건 당연한 거였다. 하나 결혼의 추춧돌이라하는 신뢰가 무너진 우리 관계는. 더 이상 지붕 없는 집과 같았고 서로를 믿지 못하는 관계가 어떤 의미로각자에게 부여될 수 있었으랴.


너무도 어린 나이에 선택한 결혼. 절대 나에게는 일어나리라는 상상조차도 해본 적 없는 남편의 외도

앞에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그 내연녀 아니 , 요사이 말로 상간녀를 머리끄덩이를 잡아챌 수도 욕을 할 수도, 없을 만큼

나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이 글을 쓰고 그날 그 자리에 다시 날 앉혀놓고 있지만. 가슴에서 쏟아 오르는 분노.

나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은 27년이 지났음에도

내 뇌리에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니 , 내 생애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장면 중에 하나로써말이다


어둡고 쾌쾌한 냄새를 가리 기라도 하듯 커튼이 쳐져있던. 제주 시골에 어느 허름하고 오래된 레스토랑식 카페에

전남편의상간녀를 마주했고, 짧은 미니스커트에 머리는 단발머리에 노랗게 브릿치를 한 애때보이는  스물두세 살에 이름조차 없이 무슨 양?이라고하는 아가씨와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았을 때 난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도 몰랐고,

난 왜 여기와 있는 건지도 머릿속이그저 멍하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던 그날

내가 처음 꺼냈던 말은 “아가씨를 원망하려는 건 아니에요”였다

그랬다. 그 아가씨에게 원망이나 분노를 내비치는 건 상대적막 박탈감에  분노일 뿐, 내가 화를 내야 하는 대상도

분노를 보여줘야 할  대상도 그녀는 아니어서 난 조용히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켜 가며 나지막이 그녀에게

이혼해 줄 데니 잘살아라고 했고, 그녀는 그런 나의 모습에 놀란 건지 의아했던 건지 자리를 피해 도망쳐버렸었다



내가 몇 년 전일이라고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건 내 아들이 뱃속에 있었던 당시였고. 그 아이가 27세가 되었기에

그때가 27년 전임을 말할 수 있는 거다, 그 카페를 나와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버스가 농로로 빠져 버스반이 기울어졌고

버스사고로 인해 뱃속의 태반에 금이가 이제 막7개월반빢에되지 않았던 아이가 제왕절개를 받아 인큐베이터에 들어갔고태어난 아이의  손조차 잡아줄 수 없을 만큼 아이는 너무도 작고 아직 폐도 자라지 않았던 미숙아였었다.


병원에  누워있는 나를 보기 위해 전남편이 달려왔고 손을 잡아주려던 그에게 사정없이 사다귀를 날리는

모습을 지켜본 간호사는주삿바늘을 찌르려다 말고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던 그 풍경까지 내 기억은 그 시간으로 되돌아온 것처럼 생생히 그 일들을하나도 잊지 않고 있을 만큼 가슴이 새겨진 아픈 기억인 게 다


어떤 말이 그 당시 나에게 위로였을까  누구도 나의일에 귀 기울여  들어주고 어루만져줄 사람은 없었고.

내가 지은 죄도 아닌데전남편의 외도가 나로부터 시작된 원인제공자가 된 그야말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그 상황은

그 당시 사회의 흐름이었다

남자의 외도는 눈감아줘야 하는 게 사회적 관례였으며 그걸  참지 못하는 여자는  뭔가 문제가 있고

모지라는 그런 억측 아닌 억측이만연하던. 시대 내 부모조차도 아이를  위해서 참고 살아라라고 말했었으니

그 얼마나 어이없는 시대였나

그런 아빠라도 옆에 두었어야 했을까? 이혼을 결정하고 양육비는커녕 무슨 내가 저를 방치한 것처럼

자기 집안 우리 집안사람들에게 말했던인간말종의 그런 사람이 내 남편이었다는 걸 아는 것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2년여를 투쟁 아닌 투쟁과 별거로 난 이혼을 하게 되었고

이혼 후 아이양육과 홀로 서야 하는 나의 삶 어느 하나도 나에게는 숨 가쁘고 힘들지 않은 시간은 없었다.


지금에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미국이 들어왔고. 현재 내 남편 역시 이혼의 아픔이 나와 비슷한 인생

쓴맛을 본 사람이기에우리는 시작부터 서로에 대한 신뢰는 깨지 말자고 상처 주지 말자고 약속하며 시작했다.

그렇치만 남편을 만나기까지홀로 침대를 잡고 울어야 했던 수많은 밤. 내가 무얼 잘못했을까

하는 스스로애 대한 자책 아빠 없이 직장인 엄마를 두어서제대로 아이에게 부모의정을 주지 못했던 시간,

이혼 후 홀로 서던 13년의 시간은 나에게는 평생에 지워지지 않는 쓰라린 아픔이다


그나마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외롭고 고된 시간을  살았는지 알아준 사람

그리고 나에게 정말 따스하게 위로를 건네준 사람은이혼 후 몇 년이 지나고 아이 양육권 심사를 받으러 갔던

가정법원판사였다. 안경너머로  앉아있던 나와 전남편을 이리저리 보며

어떤 이유로 양육권신청을 하게 되었는지 묻던 판사에게 전남편의 뜬금없는 한마디가 판사로 하여금 나를 위로하게 했다

“혹시 양육권 심사가 끝나도 아이에게 재산분할이 됩니까! 내가 사고로 죽는다거나  사고가 나 거나했을 때

아이에게 돈이 갈까요?? 판사와심판관이던가법무관이던가  여하튼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 보여

어이없다는 듯이 전남편을 보았다

“보험금이 얼마나 되시는대요? 재산이 많습니까? 여기는 이혼법원이 아닙니다 단호하고 어이없다는 듯한 답변과 함께

판사님은 나를 쳐다보며 “xx 씨 혹시 양육비 받으실 거면 말씀하세요 여태껏 못 받은 양육비에 정신적 위로금까지 청구해 드릴 수 있어요

보아하니 저분 아주 정신 빠지신 분이네요. 힘드셨겠어요 “라며  건넨 그 한 마디에 난 눈물이 왈칵 쏟고 쳤고, 내 흐르는 눈물을 본판사님은조용히 휴지를 나의 손에건네 주시며,“괜찮으세요!! 라며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었다. 나에게 필요했던 건 바로 그 따뜻하고 온화한 말 한마디였었다.

가족에게도 친척들에게조차도 들어보지 못했던 위로를 양육권판사님이 해주셨던 거다


그 한마디에 아침 일찍 출근준비를 하며 라디오를 위로삼에 바쁘게 출근을 하고 주말이면 하루 쉬는 그날

아이를 보러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아이이게 필요한 기저귀를 사들고 버스에 올라타 잠시 눈을 붙이며 가던

내 피곤한 일상들의 모습이 영화의 장면처럼 머리를 스치며  참을 수 없는 눈물이 서러움으로 복받쳐 쏟아졌던 거다

누가 알랴 나의 피곤하고 고된 나의 삶을!! 선택도 내가 했고 그 책임도 오로지 나 혼자 져야 했던 시간

누구 하나 내편 없는 홀로 모든 걸 감당했어야 했고위로를 바라는 건 사치일 것 같았던 그때에  십여년을

악물고 버텨오며 견디어오던 시간들을 그분이 알아봐 주셨고 보듬어주셨던 거다


이 아침 시민권 시험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서류철을 만지다 꺼내든 아이양육권 서류봉투를 보고  지난 시간에 일부분이었던 순간

다시는 그런 상황으로 돌어가고 싶지 않다는 강한 다짐. 그리고 나를 살뜰히 챙기주는 지금의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또

나와 다른 시간 다른 스토리와 세 대일 찌언정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으며, 현재가 암흙이고 다시는 행복이라는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많은 싱글맘들에게 그 누군가는 당신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삶과 싸우고 있는지 당신들이 얼마나 엄마로서 직장인으로 두 배새배 더

악착같이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분명 하늘은 당신들에게 선한 위로를 건네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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