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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차가 된 종이
맹물
by
송영희
Jan 15. 2024
겨울이 되면 한방찻집이 되는 우리 집
손님은 딱 한 명 버릇도 고약하다
생강차 한 잔
언제나 주문이다
투정이 부엌을
메우고
손에서 벗어난 생강병
산산조각이 나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괜찮아 괜찮아
정성이 시린 손을 닦아주었다
바닥이 생강을 다 먹었는데
대추차 모과차 칡차 쑥차 뭐로 줄까
물음표가 허공을 맴돌 때
감기 기운이 있다면서 계속 생강차만 달란다
없다와 있다의 동문서답을 귓속에 넣고
맹물을 팔팔 끓여 하얀 종이에
생강차라고 써서 찻잔에 동동 띄워 주었다
말없이 먹고 나더니 다음날 감기가 다 나았단다
종이가 생강을 토해 놓았나
현기증이 줄을 매달고 잘못된 기억도 되살아났다
속마음이 베어
남편의
눈길을
피하자
머릿속에는 생강차라고 찍힌
종이의 발자국만 무수히 찍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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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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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희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제가 써 놓은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온기를 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세상은 거대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지만 저는 그 사이에 숨겨진 작은 순간 들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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