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강차가 된 종이

맹물

by 송영희



겨울이 되면 한방찻집이 되는 우리 집

손님은 딱 한 명 버릇도 고약하다

생강차 한 잔

언제나 주문이다

투정이 부엌을 메우고 손에서 벗어난 생강병

산산조각이 나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괜찮아 괜찮아

정성이 시린 손을 닦아주었다

바닥이 생강을 다 먹었는데

대추차 모과차 칡차 쑥차 뭐로 줄까

물음표가 허공을 맴돌 때

감기 기운이 있다면서 계속 생강차만 달란다

없다와 있다의 동문서답을 귓속에 넣고

맹물을 팔팔 끓여 하얀 종이에

생강차라고 써서 찻잔에 동동 띄워 주었다

말없이 먹고 나더니 다음날 감기가 다 나았단다

종이가 생강을 토해 놓았나

현기증이 줄을 매달고 잘못된 기억도 되살아났다

속마음이 베어 남편의 눈길을 피하자

머릿속에는 생강차라고 찍힌

종이의 발자국만 무수히 찍히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집을 너무 잘 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