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이 보내준 김치로 식탁이 김치 파티 ㅎㅎ
시집을 정말 잘 갔어
친구들 만나면 나에게 하는 이야기다
특히 김장철이면 더욱더 이 말을 한다
남편을 잘 만나서
아님 시댁이 부자라서
아님 시어른이 좋아서
모두가 아니다
내가 결혼을 할 때는
시댁은 빚이 있는 가난한 집이었고
남의 땅으로 농사짓는 소작농이었다
내 남편은 육 남매 중 다섯째로
시 어른들은 나이가 많으셨다.
결혼 후 1년이 지나자
시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몇 년 후 아버님도 돌아가셔서
그야말로 시어른 사랑은
받아 보질 못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고
가느다란 허리로 태산을 쌓은 형님
부지런함으로 빚도 다 갚고
땅도 많이 샀다.
형편이 나아지자
형님은 나에게 농사짓는 것마다
보내준다.
몇 해 전부터 팔목이 아프다고 하자
김장을 하셔서 보내준다.
올해도 배추김치. 갓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고들빼기김치
보내줬다.
배추김치는 큰 통으로 네 통이나 되고
나머지는 각각 한 통씩이다.
냉장고에 다 들어가지 않아 뒤베란다에
놓았다.
그래도 식구들이 익은 김치를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가까이 사는 친구에게
형님이 보내준 김치를 나눠 먹고
그 친구는 나는 아무리 아파도
누가 김장해 줄 사람이 없네요
하면서 정말 시집 하나는 잘 갔어
나에게 여러 번 이야기했다.
그랬다.
파가 비싸다고 라면박스로 한 박스
참깨. 검은팥. 녹두. 1.8리터 들기름
서리태 한 말. 일 년 먹을 고춧가루
내가 좋아한다고
고추 쪄서 찹쌀풀 묻혀 말린 것 등이
상자 속에 수북이 담겨 왔다.
칠십이 넘은 형님의 땀이 묻어 있는
이 많은 것을 받아먹는 나는
어쩌면 시집을 잘 간 것은 확실했다
친정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마음이 헛헛한 나를 늘 챙겨주시는 형님
그 짱짱한 젊음은 어디에 두고
저리 어깨가 굳었을까?
가슴이 시리다.
나는 기도하듯 수차례 말했다.
김치 사 먹어도 되니
이젠 농사일은 그만하고
편히 쉬시라고
나의 말을 밀어내더니
동서 마음만 받을게
나는 일을 해야 편해.
돈 주고 운동도 하는데
나는 공짜로 운동하잖아
아! 형님
주름살 위로 아름다운 표정이
흘러내렸다.
형님의 음성에 몸은 기울어지고
어둑어둑 늙어가는 형님의 귀에
속삭이듯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을
연거푸 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