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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an 04. 2024

시집을 너무 잘 갔어요

시댁 큰 형님

형님이 보내준 김치로 식탁이 김치 파티 ㅎㅎ


시집을 정말 잘 갔어

친구들 만나면 나에게 하는 이야기다

특히 김장철이면 더욱더 이 말을 한다

남편을 잘 만나서

아님 시댁이 부자라서

아님 시어른이 좋아서

모두가 아니다

내가 결혼을 할 때는

시댁은 빚이 있는 가난한 집이었고

남의 땅으로 농사짓는 소작농이었다

내 남편은 육 남매 중 다섯째로

시 어른들은 나이가 많으셨다.

결혼 후 1년이 지나자

시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몇 년 후 아버님도 돌아가셔서

그야말로 시어른 사랑은

받아 보질 못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고

가느다란  허리로 태산을 쌓은 형님

부지런함으로 빚도 다 갚고

땅도 많이 샀다.

형편이 나아지자

형님은 나에게 농사짓는 것마다

보내준다.

몇 해 전부터 팔목이 아프다고 하자

김장을 하셔서 보내준다.

올해도 배추김치. 갓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고들빼기김치

보내줬다.

배추김치는 큰 통으로 네 통이나 되고

나머지는 각각 한 통씩이다.

냉장고에  다 들어가지 않아 뒤베란다에

놓았다.

그래도 식구들이 익은 김치를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가까이 사는 친구에게

형님이 보내준 김치를 나눠 먹고

그 친구는 나는 아무리 아파도

누가 김장해 줄 사람이 없네요

하면서 정말 시집 하나는 잘 갔어

나에게 여러 번 이야기했다.

그랬다.

파가 비싸다고 라면박스로 한 박스

참깨. 검은팥. 녹두. 1.8리터 들기름

서리태 한 말. 일 년 먹을 고춧가루

내가 좋아한다고

고추 쪄서 찹쌀풀 묻혀 말린 것  등이

상자 속에 수북이 담겨 왔다.

칠십이 넘은 형님의 땀이 묻어 있는

이 많은 것을 받아먹는  나는

어쩌면 시집을 잘  것은  확실했다

친정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마음이 헛헛한  나를 늘 챙겨주시는 형님

짱짱한 젊음은 어디에 두고

저리 어깨가 굳었을까?

가슴이 시리다.

나는 기도하듯 수차례 말했다.

김치 사 먹어도 되니

이젠  농사일은 그만하고

편히 쉬시라고


나의 말을 밀어내더니

동서 마음만 받을게

나는 일을 해야 편해.

돈 주고 운동도 하는데

나는 공짜로 운동하잖아

아! 형님

주름살  로 아름다운 표정이

흘러내렸다.

형님의 음성에 몸은 기울어지고

어둑어둑 늙어가는 형님의 귀에

속삭이듯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을

연거푸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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