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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Dec 30. 2021

부부싸움

당신은 나의 동반

  


    5년 전 부부동반 연말 모임이 있었다.

  해마다 연말이면 호텔  홀을 빌려

모임을 가진 지가 10년이 넘었다.

  일 년에 한 번 하는 이 모임은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도 몇  있었다. 서로가 돈독한 관계여서 여자들은 언니 동생 해가면서 이 날을 기다리곤 했다.

  그런데 이번 모임은 남편과 심하게 다투어 가기 싫었다.

  가지 않는다고 말하자 이번에 안 나가면 영원히 나오지 말란다. 나가는 것도 찜찜하고. 안 가자니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고. 나는 하는 수 없이

대면 대면하게 남편의 차 뒷좌석에

앉아서 모임 장소로 향했다.

  벌써 거의 다 와서 우리가 들어가자

반갑게 반긴다. 서로가 부둥켜안고

  " 어쩜 날이 갈수록 더 젊어져. 비결이 뭐야."

  우리는 서로에게 똑같은 말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어떤 이는 만날 생각에 어젯밤에 한 숨도 못 잤단다.

  서로의 숨김없는 감정이 오고 가고  이른 저녁을 마친 뒤에

작년에 사회를 보았던 분이 또 사회를 보러 오셨다.

  아마도 작년에 사회를 잘 보아서 또다시 불렀나 보다.

  그의 재치와 유머로 홀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모두는 하니가 되었다.

  어느 정도 호흡이 맞을 즈음 다음 순서는 장기자랑이라며

부부동반이니만큼 부부가 같이 나와 장기자랑을 보여주어야 된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흥이 많은 나는 남편을 끌고 나가 노래를 부르게 하고 나는 옆에서 춤을 추었는데 오늘은 심기가  불편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조금 후 우리 차례가 되자 나는 남편은 나오지 말라고 하고 나만 나가 노래를 불렀다.

  제목은 소명  " 빠이 빠이야."

 가사는 대충 이랬다.

  너보다 잘 난 남자. 너 보다 멋진 남자 만나  살면 되는 것

  그래 가거라 잘 살아라

  빠이 빠이 빠이야

  노래가 끝나자 사회자는 나를 붙든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남편이 어디 있냐면서 남편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는 묻는다.

  " 혹시. 오늘 싸우셨어요."

  남편은 얼굴이 빨개지며 아무 말도 못 한다.

  사회자는 또다시 남편은  향해

  " 아내 분하고  헤어지실 거면 확실하게 이 자리에서 말씀해주세요."

   " 완전 제 스타일  이거든요."

  " 이렇게 귀여운 여자 내가 처음 보거든요."

   "제가 하루에 백만 원은 버니 고생은 시키지 않을 겁니다."

  사회자의 말에 남편은 비시식 웃기만 한다.

  아무 말이  없자 사회자는

  " 아직 쓸만하면 나오셔서 모셔 가십시오."

  사회자의 말에 남편은 엉거주춤 나와서 내 손을 잡자 또다시 사회자는 양쪽 손을 떼어 놓으며 남편에게 차렷 자세를 시킨 뒤 부인을 향해 정중히 90도 절을 하고 데려가라고 한다.

  마지못해 남편은 나에게 90도 절을 하고 나의 손을 이끌고 우리 자리에 앉았다.

  모두가 박수를 쳐주었고 우리는 인사로 화답했다.

  이렇게 해서 부부싸움은 술에 물탄 듯 끝이 났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는 90도로 나에게 절한 값이라며

 남편에게 동반자 노래를 불러주었다.

 당신은 나의 동반자~

 영원한 나의 동반자~

 내 생애 최고의 선물~

 당신과 만남이었어~


  차창 밖의 네온사인이 히죽히죽 웃고 있다.

  배알도 없는 여자라고~~~



한 해 동안 읽어 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신

작가님과 독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하고자 하는 일  이루시고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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