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며칠 전에 산 옷을 입고 한 껏 멋을 낸다.
내일이 첫 출근이다.
나는 그러는 아들에게 노트 한 권을 건네주었다. 직장에 들어가면 줘야지 마음먹고 10년 전부터 명언이나 지혜로운 글을 적은 노트였다.
그러나 아들은 이 노트를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차라리 돈을 주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노트를 받자마자 책상 위에 던져진 채 시큰둥한 모습이었다. 기껏 출근하는 사람에게 선물이 노트라니 어이없는 표정이 역력했다.
나 또한 서운했지만 언젠가는 보겠지. 그러면 그때는 내 마음을 알겠지 하고 마음을 비워 버렸다.
노트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렇게 적어 놓았다.
''사랑하는 아들아. 힘들고 어려울 때 이 글을 읽고 작은 불씨가 되어. 마음을 다스리고 생각을 키워 무슨 일이든 지혜롭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주춧돌 같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음 한다.''
나는 정말 그렇게 되어주기를 바라면서 많은 책 속에서 소중한 글을 메모해 주었던 거였다.
그러나 그 노트는 거의 2년이 넘도록 아들의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무심코 방문 사이로 아들이 침대에 누워 이 노트를 읽고 있는 것을 보았다.
책상 위에서 먼지만 쌓여 있는 노트였는데 난 가슴이 울컥하였다. 내심 아들이 고마웠다.
말은 안 했지만, 아들은 얼마 전부터 직장생활이 힘들 때마다 이 노트를 읽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고맙다 아들아. 이 노트가 너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 주리라 믿는다. 지금부터 시작이야. 누구나 어려움은 있단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 것은 너의 노력과 인내와 지혜로움이 필요하단다.
'너는 꼭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될 거야. 엄마는 믿어.'
마음속으로 기도하면서 살며시 방문을 닫아 주었다.
닫힌 방문 사이로 지혜의 샘물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