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 아련히 들려오는 도마 소리
문턱을 넘어와 내 머리맡에 쌓인다
어머니의 새벽잠이 가지런히 도마 위에 썰리고 있다
도마는 졸음을 받아내며 제 몸에 줄을 긋는다
앙상한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아침의 체온이 도마 위에 차곡하게 쌓여있다
익숙한 도마 소리에
아침의 무릎을 일으켜 세우고
어머니의 온기로 집은 따뜻해졌다
'오랜 잔바람에 숨죽여 기도하던 어머니
자르면 자를수록 단면이 보이고
날이 선 것 이 빠진 것 휘어진 것들이
수백 번의 도마 소리에 우리의 키도 반듯해졌다
차가운 숨을 몰아 쉬며 봄은 오는데
아침잠을 깨우던 도마 소리는 오래전에 사라지고
차마 버리지 못한 낡은 도마가 구석을 지키고 있다
낱낱이 찍힌 지문은 흐릿해지고
기억마저 노을처럼 희미한데
움푹하게 파인 도마에서 보이는 어머니 등
한때, 다섯 식구의 작고 큰 세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