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부안 격포 채석강을 가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직장 언니 들과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만원에다가 비포장도로의 덜컹거림은 벌써 한 시간 째 이른다. 넘어질까 무서워 귀퉁이를 있는 힘껏 잡고 버텼다.
속까지 뒤틀림으로 사경을 헤맬 때 같이 온 언니가 김치를 먹으면 속이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언니는 나의 심각성을 알아채고 유리병에 싸온 김치통 뚜껑을 열더니 빨리 하나만 먹으라며 김치를 건네주었다.
나는 토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덥석 김치를 들고 막 먹으려는 순간 버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김치는 보기 좋게 앉아 있는 총각의 얼굴에 붙어 버렸고 김칫국물은 서너 군데 옷에 튀어 있었다.'난 당황한 나머지 김치를 빠르게 떼고 갖고 있던 손수건으로 얼굴의 김칫국물을 닦았다. 총각은 손을 휘저으며 되었다고 했으나, 나는 빠르게 닦아 내려갔다.
''정말 죄송해요.''
말과 함께 잘 지워지지 않는 김칫국물을 지우기에 침까지 뱉어가며 지우려 하자 총각은 고개를 숙여 버렀다.'옆에 있는 언니가 꾸짖듯 말했다.
''침을 뱉으면 어떡하니.''
나는 그때야 김치 자국을 지우려는 생각에 침 뱉음을 알고서 더욱더 미안함에 몸 둘 바를 몰라했다.
죄송한 마음에 세탁 비 삼천 원을 건네주었다. 그러나 총각은 괜찮다면서 한사코 준 돈을 받으려고 히지 않았다.
나는 내 마음이 편하려고 한다고 말하고 그 총각 뒷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그 총각이 차에서 내리고 나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덧 사라진 멀미를 생각하며 차 안에서의
공중도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가 힘들다고 남을 생각하지 않고 추태를 부린 꼴이 되었으니 참으로 어리석고 창피했다.
멀미가 날 것을 생각하고 지혜롭게 미리미리 대비했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좋은 사람을 만났으니 이 정도에서 끝났지. 만약에 고약한 사람을 만났으면 나 또한 망신당하지 않으란 법 없지 않은가?
지난 일 중에 가장 어리석은 실수로 기억되며 그 총각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 교훈으로 남아 나를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