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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Sep 26. 2023

목디스크 2

수술이 아닌  시술




  암에서 목디스크라고 병명이 바뀐 나는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다. 남편에게 말하길

  " 목에 칼 대기 싫어. 요즘은 시술도 잘한다는데 시술을 하고 싶어."

  " 그래 알았어. 며칠만 기다려 봐."

남편의 말에 그래 이제까지도 참고 견디었는데. 그깟 며칠이 대수야 하며 기다렸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신사역 쪽으로 디스크만 시술하는 병원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남편과 함께 갔다.

  내 가 이제껏 겪었던 이야기와 가져간 MRI 사진을 보더니

심한 상태라며 빠른 시일에 시술하기를 권했다.

  일 뒤에 시술 날짜가 정해지고 나름 한 번은 수술이고 시술이고 거쳐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 았다.

  일이 지나 오전 9시에 수술 시간이 잡혔는데.

  그날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어보니 눈이 많이 내리고 있었다. 밤새 내린 눈은  도로와 도시를 하얗게 물들였다.

  남편은 빨리  준비하란다. 눈이 오면 교통체증으로 제시간에 갈 수 없으니 서두르라는 말에 이침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집에서 40분밖에 안 되는 거리를 두 시간 을 앞당겨 가게 되었다.

  남편은 말대로 차는 시속 30킬로 밖에  낼 수 없었다.

  걱정 반 조바심 반으로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8시 50분

남편은 곧장 주차장으로 가고 나는 현관에서 내려 병원으로 뛰어 올라갔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나를 시술할 선생님이 눈이 와서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고 말해주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자 남편이 헐레벌떡 들어오고. 나는 시술할 의사 선생님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을까!

  선생님이 오셨다는 소리에 환자복을 갈아입고 시술실로 들어섰다.

  " 상체를 마취하고 시술을 할 예정이니 마음 편히 가지세요."

  선생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시술대 위에 올랐다.

그때의 느낌은 내가 커다란 스테인리스 도마에 오른 생선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략 시술은 이러했다. 디스크가 흘러나온 경추 부분에

큰 구멍을 내고 그 속에 작은 주사 바늘이 들어가 디스크를 녹이는 약을 넣는다. 시술은  현미경을 보며 하게 된다고 말했다.

  내가 시술대에  오르고 시술을 하려고 가까이 온 시술 선생님 몸에서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아뿔싸. 어제 술을 드셨구나!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나를 시술하면  

나는 어찌 되지 걱정이 앞섰으나 이내 체념하고

  "주여 뜻대로 하시 옵소서. 죽어서만 나가지 않도록 해주옵소서."

  하고 눈을 감아 버렸다. 평소에는 잘 믿지도 않으면서 막상 막다른 길에 서면 주를 찾으니 내가 생각해도 아이러니하다.

  얼마 후에 마취가 이어지고 경추 쪽으로 구멍을 낸다고 하였는데. 마취가 덜 되었나 숨이 막히도록 아픈 통증은

마치 총은 맞지 않았지만. 생각에 총 맞으면 이렇게 아플 듯싶었다.

  한 참이 지난 후에 나를 살며시 깨우며 입원실로 안내를 했는데. 여기저기서 작은 신음 소리가 났다.

  아니나 다를까 3시간이 지나자 마취가 깨어서 인지 나에게도 아픔은 신음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구멍 난 곳으로 2번이나 약을 투입하고 입원실에서 하루를 묵으라고 했지만, 신음소리에

잠을 잔다는 것이 힘들 것 같아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왔다.

  그 뒤로도 두 달에 거쳐  6번이나 약물 치료를 하고 나의 목 디스크는 완쾌되었다.

  아마도 술에 취한 시술이 더 정확도가 있었을까?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무 일 없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이 글은 10년 전에 있었던 일을 더듬어 써 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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