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영희 Jul 24. 2023

플라스틱 안경이 뭐라고

늘 사기를 당하는 남편



오늘은 화가 나가 글이 제대로 써지지도 않는다.

늘 사기를 당하는  남편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똑똑한 것  같으면서도 남에게 사기를 당할 때가 많다.

구멍이 송송난  정 플라스틱 안경을 사가지고 와

눈을 안정시키고 계속 쓰고 있으면

눈이 좋아진다고 했다.

나는 호기심에  안경을 써 보았다.

작은 구멍사이로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그냥 보는 그대로 작은 구멍이 여러 개

뚫린 플라스틱 안경이었다.

나는 애들 장난감을 사 왔네

누구 줄사람 있냐고 되묻자.

우리 둘의 시력을  위해서 사 왔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 지금 장난해."

" 아냐 그 안경을  파는 사람이

그 안경 오래 쓰고 있으면  정말 눈이

좋아진다고 했어."

" 그래 얼마 주었는데."

"  27만 원."

"  당신 바보야. 이 플라스틱 안경을

27만 원이나 주었다고."

어이없고 화도 나고 남편이 바보로 보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3천 원이면 딱 맞는 가격이다.

반품을 할 수 있냐고 묻자

가게에서 산 것이 아니고

사무실에 갖고 온 사람에게 샀단다.

요즘도 그런 물건을 팔러 다니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하고 명함은 받았냐고 하니까

명함을 가져오지 못했다고 다음에 주기로 했단다.

" 전형적인 사기꾼이네."

" 하기야 007  가방에 넣고 다니면

누군들 알겠어. 경비들도 잡기 힘들지."

" 어쨌거나 결론은 또 사기를 당하셨군요. "

" 남의 말을 그렇게 잘 믿으니 당신은

사기꾼의 봉이야  봉이라고."

나는 남편을 채근하고 또 채근했다.

" 당신 회사에 가서 CCTV 보고

그 사기꾼 잡아서 경찰서에 넘길 거야, "

내가 잔소리하거나 말거나

남편은 그 사기꾼  말을 철석같이 믿고 보란 듯이

플라스틱 안경을 쓰고 있는데

딱 5살짜리 사내아이였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자꾸 말하면 싸우게 되니 그냥 묵언할 수밖에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남편이 눈이 좋아졌다고 하면

나도 써 봐야지 마음에 새기는 것은  

무슨 심보 까?

어쩜 나도 남편을 닮아 가는 것은 아닌지.

하나라도 정신을 차려야지 하면서

바보 같은 남편을 보고 있자니 분통이 터졌다.

요즘은 AI 시대인데 70년 아날로그 시대를

살고 있으니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남편 옆을 지날 때마다

" 아! 난 바보처럼 살아군요."

노래를 읊조렸다.

자기를 비아양거리면서 노래를 부르는데도

아는지 모르는지

" 바보처럼 안 살면 되잖아."

나에게 말한다.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내보냈다.

품고 있으면 화가 치밀어

가슴에 불이 붙을 것 같기에

얼음물 한 사발로 가슴을 식혔다.

사기를 치는 것보다

사기를 당하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젖은 마음이

조금씩 마르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눈물 삼킨 도마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