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안경이 뭐라고
늘 사기를 당하는 남편
오늘은 화가 나가 글이 제대로 써지지도 않는다.
늘 사기를 당하는 남편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똑똑한 것 같으면서도 남에게 사기를 당할 때가 많다.
구멍이 송송난 검정 플라스틱 안경을 사가지고 와
눈을 안정시키고 계속 쓰고 있으면
눈이 좋아진다고 했다.
나는 호기심에 안경을 써 보았다.
작은 구멍사이로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그냥 보는 그대로 작은 구멍이 여러 개
뚫린 플라스틱 안경이었다.
나는 애들 장난감을 사 왔네
누구 줄사람 있냐고 되묻자.
우리 둘의 시력을 위해서 사 왔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 지금 장난해."
" 아냐 그 안경을 파는 사람이
그 안경 오래 쓰고 있으면 정말 눈이
좋아진다고 했어."
" 그래 얼마 주었는데."
" 27만 원."
" 당신 바보야. 이 플라스틱 안경을
27만 원이나 주었다고."
어이없고 화도 나고 남편이 바보로 보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3천 원이면 딱 맞는 가격이다.
반품을 할 수 있냐고 묻자
가게에서 산 것이 아니고
사무실에 갖고 온 사람에게 샀단다.
요즘도 그런 물건을 팔러 다니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하고 명함은 받았냐고 하니까
명함을 가져오지 못했다고 다음에 주기로 했단다.
" 전형적인 사기꾼이네."
" 하기야 007 가방에 넣고 다니면
누군들 알겠어. 경비들도 잡기 힘들지."
" 어쨌거나 결론은 또 사기를 당하셨군요. "
" 남의 말을 그렇게 잘 믿으니 당신은
사기꾼의 봉이야 봉이라고."
나는 남편을 채근하고 또 채근했다.
" 당신 회사에 가서 CCTV 보고
그 사기꾼 잡아서 경찰서에 넘길 거야, "
내가 잔소리하거나 말거나
남편은 그 사기꾼 말을 철석같이 믿고 보란 듯이
플라스틱 안경을 쓰고 있는데
딱 5살짜리 사내아이였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자꾸 말하면 싸우게 되니 그냥 묵언할 수밖에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남편이 눈이 좋아졌다고 하면
나도 써 봐야지 마음에 새기는 것은
또 무슨 심보 일까?
어쩜 나도 남편을 닮아 가는 것은 아닌지.
하나라도 정신을 차려야지 하면서
바보 같은 남편을 보고 있자니 분통이 터졌다.
요즘은 AI 시대인데 70년 아날로그 시대를
살고 있으니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남편 옆을 지날 때마다
" 아! 난 바보처럼 살아군요."
노래를 읊조렸다.
자기를 비아양거리면서 노래를 부르는데도
아는지 모르는지
" 바보처럼 안 살면 되잖아."
나에게 말한다.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내보냈다.
품고 있으면 화가 치밀어
가슴에 불이 붙을 것 같기에
얼음물 한 사발로 가슴을 식혔다.
사기를 치는 것보다
사기를 당하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젖은 마음이
조금씩 마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