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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ul 17. 2023

눈물 삼킨 도마소리

돌아온 백구



오 년째 키운 백구

쌀독에 쌀이 다 떨어지자

개장수에게 엄마는 백구를 팔았다


삼복더위에 혓바닥을 내민 채

끌려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백구를 쫓아내기에

싸리빗자루를 들고 호통을 치자

주인의 이상한 몸짓에 놀라

허둥지둥 밖으로 빠져나가는 백구

재빨리 대문을 걸어 잠갔다


학교에서 돌아온 동생은

비어있는 개집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삼일째 밥을 먹지 않았다

말을 하면 할수록 분노한 동생의 눈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얼굴은 누렇게 떠 있었다


사흘이 지나 백구가 되돌아오던 날

아픈 동생은 백구와 한 몸이 되어 울었고

다음날 개장수가 집에 오자

엄마는 개장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돌아온 엄마의 손에 닳고 닳은 금반지가 없어지고

신문지에 돌돌 만 소고기가 들려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마다

만지작거리던 금반지

아버지가 없어진 손으로

소고기 뭇국을 끓여 백구와 동생에게 주겠다고

도마에 고기를 올려 다지자

눈물 삼킨 도마소리가 바람결에 파묻혀

오십 년이 지난 지금

가슴을 후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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