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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원 역

폐역

by 송영희




벚꽃이 흩날리는 던 자미원역

영월에서 정선까지

길을 지운 표지판에 심장을 멈춰있다


마흔여덟의 생을 마치고

녹슬고 헐거워진 기찻길에

달리던 시간이 잠겨있다

역사 안에는

석탄난로의 그을음에 수많은 대화들이 묻어있고

수없이 오고 간

사람들의 발자국만

정지해 버린 추억을 더듬고 있다


해마다 찾아오는 봄도 등 돌려 가 버리고

죽어 있는 시간 속에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백열등은

풀벌레 소리를 잠재운다


이젠 어떤 약속도

이루어지지 않는 녹슨 철로에는

민들레와 망초대만 무성하다

늙은 소가 되새김질하듯

지난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만

이곳에는 발길이 그치고

소리마저 주저앉았다


지금 폐역은 폐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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