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영희 Aug 28. 2023

미역국에 국물만

남편의 불편한 사랑


30년 전의 일이다.

첫째 아이 때 죽음의 문턱까지 가서야

아이를 나을 수 있었다.

다시는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굳게

마음먹은 것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둘째의 진통이 시작되었다.

첫째 아이 때 종합병원에  입원했는데 보호자도 들어올 수 없어서 난 이번에는 개인 병원에 입원한다고

수차례 이야기 한 결과 동네에서

가장 친절하고 좋다는 병원으로 입원 수속을 끝냈다.

온돌방에 화장실이 딸려 있고

나름 혼자 쓸 수 있어서 편했다.

진통은 첫째와 다름없이 심했다.

어머니가 돌을 만져 물렁물렁하면 아이가 나온다고 했는데

그만큼의 산고를 치르고 정신이 혼미해져야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 같았다.

14시간의 산고를 치른 끝에 둘째를 낳을 수 있었다.

아들이었다.

수술대 위에서 처지가 다 끝나고

온돌방으로 나를 옮겼다.

방바닥이 따뜻했다.

그동안의 고통을 잊기라도 한 듯 잠에 빠져 있었다.

얼마니 잦을까  나를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뜨니 남편은 밥을 먹고 자야지 하며 상을 내 옆까지 끌어당겼다.

희멀건 두부조림과 계란탕 미역국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저를 들어 미역국을 저어보니 국물만 있는 게 아닌가!

" 무슨 미역국이 이래."

말하자 남편은

" 소화가 되지  않을 까봐 당신이 자는 사이에 건더기는 내가 다 먹었어."

그래도 헛헛한 마음에 무언가는 씹고 싶었다,

4시간이 나고 밥이 나왔는데 미역국을 보니

고기와 건더기가 엄청 많았다.

개인 병원이니 음식도 최선을 다해

해 주는 듯싶었다.

내가 수저를 들고 막 먹으려고 할 찰나 남편은 기다리라고 하더니 미역국에 있는  고기를  다른 그릇에 건져내고

나는 국물만 먹으라고 했다.

고기 먹다가 체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그 많은 고기를  정신없이 먹었다.

나도 고기 먹고 싶다고 말하자

십일이 지난 후에 먹으라고 했다.

아기는 내가 낳고 미역국은  당신이 먹고

이게 뭐냐고 말하자  부부는 일심동체니

내가 먹은 것은

당신이 먹은 거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퇴원 후에  일이 지나자 나는 한결

몸이 가벼워져서 저녁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정육점에 들러서 소고기 부위도 잘 몰라

 " 삶으면 쪽쪽  찢어지는 고기 주세요. "

미역에 한 시간을 푹 고와 남편이

퇴근해서 오기 전에 소고기가 듬뿍 들어간

역국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그리고는 남편은 국물만 주었다.

" 고기는 없네." 남편의 말에

" 당신이 고기 먹으면 체한다고 해서

소고기 다시다만 넣고 끓였지."

" 잘했어. 당분간 그렇게 먹어."

냄비 밑에 깔려 있는 소고기를 생각하니

입가에는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작가의 이전글 자미원 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