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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Sep 07. 2023

여자의 나이테

60대의 임산부




오지게 먹었다

탕수육 짜장면 양장피

지구가 무거워지고 있었다

나온 배는 펑퍼짐한 원피스가

가려줬다



신분당선 전철에 올라타자

50대의 남자가 황급히 일어나

60대 여자에게 건네는 말

" 죄송합니다. 앉으세요."

자리는 임산부 자리였다

식은땀과 현기증으로 몸통이 젖고 있었다



앉을 수도 없고 서 있자니 시선이 따가워

전철이 멈추자 황급히 내렸다

집까지 가기에는 두 정거장 앞이었다


모자와 마스크가 내 나이를 가져갔

" 앉으시죠."

임산부 좌석에 꽂힌 말 한마디에

분홍빛으로 허우적대 있었다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하는 나는

얼룩진 소음을 뒤로 한채

여자의 나이테를 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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