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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나이테

60대의 임산부

by 송영희




오지게 먹었다

탕수육 짜장면 양장피

지구가 무거워지고 있었다

나온 배는 펑퍼짐한 원피스가

가려줬다



신분당선 전철에 올라타자

50대의 남자가 황급히 일어나

60대 여자에게 건네는 말

" 죄송합니다. 앉으세요."

자리는 임산부 자리였다

식은땀과 현기증으로 몸통이 젖고 있었다



앉을 수도 없고 서 있자니 시선이 따가워

전철이 멈추자 황급히 내렸다

집까지 가기에는 두 정거장 앞이었다


모자와 마스크가 내 나이를 가져갔고

" 앉으시죠."

임산부 좌석에 꽂힌 말 한마디에

분홍빛으로 허우적대고 있었다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하는 나는

얼룩진 소음을 뒤로 한채

여자의 나이테를 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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