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꼬리

소등

by 송영희



남편의 꼬리는 길었다

화장실을 지나

침실은 지나

서재를 지나

안방에 이르기까지

손가락 하나가 그의 꼬리를

자르고 있다


강원도 첩첩산중에서 태어나

어둠 속에 자란 그는

국민학교 4학년 때

전기가 처음 집을 밝혀 주자

밤하늘의 별들을 다 모아 놓은 것

같았다고 했다


스윗치 하나에

꺼지고 켜지는 마술 같아

가슴이 천장까지 부풀어 올랐단다

그래서 장래희망도 전기박사

그는 꿈을 이루었고

아낌없이 전기를 쓴다

환한 게 좋다고 잠에서 깨어

불이란 불은 다 켜놓는다.

그리곤

출근시간이 되면

몸만 빠져나간다


반복되는 일상

뚜껑까지 차오르는 화는

식은 지 오래되었다

칠십이 다된 나이에

돈 벌어 내 통장에 잔고가

수북이 쌓이는데

이 정도는 눈감아 줘야지


아침부터 속물이 되어가는 내가

불빛과 햇빛 사이에

투영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들의 사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