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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un 07. 2024

남편의 발이 가장 예뻤다

양말



며칠 전에 엄마의 제사로

전남 광주에 갔었다.

언니는 여름 양말이 너무 예쁜 게

있어서 샀다며 나에게

5켤레나 주었다.

양말을 받고서도 뜯어보지도 않고

가방 속에 넣었다가 집에 와

며칠이 지난 뒤에

신어보니 발이 정말 예뻤다.

"와! 에쁘다."

나의  탄성에 딸아이가 방에서 나오더니

양말을 신는다.

"엄마 발이 작아 보이며 너무 예쁘다."

딸아이의 탄성에 남편도 방에서

나오더니

"내 것은 없어." 한다

나는 말없이 양말을 주었다.

여자 양말이라고 안 신을 줄 알았는데

덥석 받아 신는다.

그런데 제일 예쁜 발은 남편 발이었다.

발이 길어 튤립꽃이 길어 보였기 때문이다.

딸은 자기 발이 더 예쁘다며

발레리나 흉내를 내고

남편은 자기 발이 예쁘다며

패션모델이 걷는 걸음을 취한다.

나는 넓적한 발이라 아무 말도

못했지만 둘을 보는 내 마음은

웃음과 환희로 들떠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무도회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양말로 인해 오랜만에 웃고 또 웃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도

촉촉하고

흔들리는 마음도 따뜻했다.

양말로도 이렇게 한마음이 되는구나

생각하니 나름 행복은 소소한 것에서

생기는 것을 너무 큰 것에 행복의

가치를 둔 것에 대해 어리석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는 작은 것의 소중함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기에

하루의 평온함에 정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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