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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un 18. 2024

흔들림 없는 슬픔



미세한 흔적 그 어디쯤

팽팽함이 오랫동안 머물 줄 알았다

면역력이 약해진 시간 속에

자꾸만 기울어지는 발

가을은 늙어가고

주름은 겨울로 향해가는데

절뚝이는 두 발에 절박한 순간들이

숨어있었다



어깨가 기울어지면

같이 기울어지는 발

진창길

자갈길

모래밭 길

오랫동안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출구를 찾아 헤맸고

곁길로 샐 수 없는 그는

긴 거리를 저장하고 입을 닫았다


몸의 가장 끝에서

있는지 없는지 천대받는 발

안타까움에 손길을 주어도

흔들림 없는  슬픔을 본다


등 뒤로 떨어지는 태양의 그림자는

발의 지문을 해독하며

안부를 물었고

내가 뛰든 걷든 넘어져도

도착점은  현관 입구



부은 발은

오후와 맞닿아 있고

시작과 마무리는  현관에 있었다 

날마다 길에 새겨지는 발의 낙관으로

남아 있는 생이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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